살면서 처음 파스타를 해 먹었다. 물을 끓이고, 팔팔 끓는 물에 500원짜리 동전만큼의 파스타 면을 넣는다. 그리고 약 7-8분간 휘휘 저어준다. ‘저어준다’고, 아주 드물지만 요리를 어쩌다 하게 될 때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파스타면을 저어주는 건, “눌어붙지 않기 위해서”였다. 눌어붙지 않기 위해서라니, 젓지 않으면 눌어붙고야 만다니, 꼼짝 않고 서서 타이머를 맞추고 젓가락만 휘적거렸다.
눌어붙은 파스타면을 본 적은 없다. 그건 아마, 누군가가 물을 끓이고, 끓인 물에 면을 투하시키고, 약 7-8분간 꼼짝않고 서서 휘휘, 면을 젓는 수고를 했기 때문일 거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었다. 나만 몰랐다. 파스타 면이 눌어붙지 않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지, 눌어붙은 상념들을 흐트러뜨리려면, 골몰하는 대신 나를 흔들어야 한다는 사실도.
그렇게 한참을 휘휘 파스타 면만 휘젓다보니, 공연히 J 생각이 났다. J는 내가 상념에 빠져 있을 때마다 나를 휘휘 흔들어 생각에 눌어붙지 않도록 도닥여준 사람이었으니까. 우리는 자주 서로에게 상한 마음을 비추기도 했지만, 그건 서로를 너무 잘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J가 나에게만 내비치는 모습에서 특별함을 맛보았다. 그건 탱탱한 파스타 면을 완성했을 때보다 나를 들뜨게 만드는 일이었다.
파스타 소스엔 토마토 맛이 나는 액체만 있을 뿐, 건더기는 없었다. 별 수 없지. 그렇게 면만 곁들어 먹은 나를 두고, 형부는 말했다. “파스타에는 양파나 마늘이 들어가야 맛있는 거야” 물론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떤 순간은 그걸 완성하는 것 자체만으로 특별해지곤 한다. 눌어붙지 않은 나의 첫 파스타가 그랬다. 그리고 어떤 날은 맛없는 파스타도 먹게 되겠지. 그래도 이 파스타를 만든 기억만 있다면 나에게, 언제고 파스타는 맛있는 음식일 거다. J가 나에게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