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가서 길을 찾을 때,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다음 행선지까지의 거리를 시간으로 가늠해보곤 했다. 그때 ‘현 위치’는 곧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뜻했다. 굳이 지금 내가 있는 건물의 이름을 검색하거나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나의 지금 위치는 구글맵 속에서 나름의 정확성으로 재현되었다. 이 세계 안에선,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알지 못해 헤매는 일은 없었다.
어떤 날 비행기를 탔을 땐, 할 일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지난 사진을 보다가, 그 사진이 찍힌 장소를 훑어보다가, 정말 불현듯 내가 지금 위치해있는 하늘이 어느 나라의 하늘인지, 어느 바다의 하늘인지, 어느 산의 하늘인지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핸드폰 상단 바에는 부채꼴 모양의 와이파이, 또는 4G 표식 대신, 비행기 모양의 아이콘이 떠 있었지만 우습게도, 어플을 켜 나의 위치 검색하기를 눌러봤다.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알 수 없는 나의 위치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아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게 몇 번의 알 수 없는 내 위치를 지났다. 꼬박 32시간의 비행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잘 알 수 있는 위치 속에 있다. ‘마나와라’라 불리는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커피숍. 이곳에서 글을 쓰고, 옆 테이블에서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어내는 사람들을 곁눈질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나는 길을 잃었음이 분명하다. 현재 위치를 알지만 다음 행선지에 대해선 단언하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내가 가진 지도를 놓쳐버리고 마는. 다음 여정을 알 수 없는 이 여행 속에서 난 내가 꼭 먼 나라로 떠나는 그 비행기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길을 걸어온 내가 어디에 당도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행선지도 모르고, 앞으로 얼마나 삶이 지속될지도 모르면서 또 지난 삶을 미련하고 자책하고, 과거를 나의 생각의 일부로 끌어와 안고 사는 일을 반복하고. 미리 알고 간 길이, 사실은 잘 닦인 길이 아니라 수풀 길임을 알았을 때, 그래서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하는데 주위에 어떤 표식도 찾을 수 없을 때의 황망함을 가진다.
어차피 예측할 수 없는 거라면 그래서 잡히지 않을 거라면, 어딘가에 있을 먼 희망을 추측해본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더라도, 결국 비행기는 착륙할 것이고 나는 어딘가에서 또 글을 쓰고 말을 나누고 생각을 하고 고민으로 잠 못 들고 있겠지. 지금은 전혀 대안이랄 것도 없는 그 삶을 예감하는 것이 유일의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