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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Nov 19. 2021

영영, 내내, 그리고 다다

고등학교 일학년 , 짝꿍은  '다다' 불렀다.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그애 뿐이었다.  호칭 하나에 나는 내가 '지구에서 한아뿐' 사람이  것만 같았다. 그애는 수업시간,  옆에 앉아 재밌는 이야기를 속삭였다. 웃겼다기보단 그냥 우린 죽이 너무  맞았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조금은 우울한 색채를 마음에  숨기고  살았지만 그걸 들킨  서로뿐이었다.


그애는 나의 정리되지 못한 눈썹을, 칼로 슥슥 잘라주며 "거봐, 정리하니까 예쁘지?" 하고는 주변 친구들에게 나를 내보였다. 친구들은 다른 사람 같다고 말했다. 눈썹이 정리되든 말든, 그것보다 그애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기쁘기만 했다. 새로운 색으로 나를 칠하는 기분이었다.  

그애와  사이엔  친구 A 있었다. A 그애와 나에게 히스테리를 자주 부렸었는데, 우린 그냥 웃어넘겼다. 어떤 도덕적 판단도 친구보단 중요하지 않은 시절이었으니까. 작은 울타리에서 관계가 주는 희열과 두려움은  세상 전부를 지배하곤 했으니까.


그렇게, 그애와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줬지만 끝내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진 못했다. 그애와 졸업을 앞두고 찍었던 스티커 사진 속에서, 내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찰나는  마음에도 오래 캡쳐되어있다. ​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세요?", "누구게?" 전화 속 목소리는 처음이라 알아듣지 못한 난, 다른 친구의 이름을 말해버렸다. 친구는 그애였다. 그앤, 아주 서운한 목소리로 근황을 말하곤, 금방 전화를 끊어버렸다. 알아채지 못한 나를 얼마간 많이도 원망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3,  애는 틈마다 나에게 연락을 해와, 우리가 서로에게 줬던 CD 이야기했다. 친구가 구워줬던 CD, 그리고 내가 구워줬던 CD  안에 적힌 트랙리스트엔 우리의 취향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었지.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 ​


다다라 르는 그 아이. 아직도 그렇다.  평범한 세계  등장인물 1이었다가,  호칭에 때론 유일무이한 존재가   같아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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