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자취하던 집 근처에는 유명한 요가원이 있었다. 틈틈이 요가원의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 거리며, 내가 지출해야하는 수강료와 한달치 생활비를 가늠해보곤 했다. "지금 당장 하기엔.. 좀 비싼가? 아니 이 정도도 못하면 돈 버는 의미가 있나? 아니야.. 그래도 돈은 아끼면 좋지. 모으긴 해야할 거 아니야.."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1년하고도 몇개월이 지난 한달 전. 드디어 요가원에 등록을 했다. 주 3일, 한달에 11만원. 예약을 하지 않고 시간 맞춰서 아무때나 와서 수업을 들으면 됐다. 처음에 등록하러 요가원에 갔을 때, 카운터에 계신 선생님께선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어려운 수업을 들으면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인요가부터 해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처음 인요가 수업을 들었고...
아무래도 조금 더 강도가 높아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들었지만, 마음이 앞서지 못해 그 다음주에도 인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런데 갑자기 개인사정 때문에 선생님이 바뀌셨다는 게 아닌가. 그날 처음으로 좀 더 여러운 힐링요가를 하게 됐고 힘들어서 숨을 헐떡였지만, 이상하게 몸은 좀 개운했다.
용기가 좀 생긴 다음 들은 수업은 아쉬탕가. 쉴틈없이 몸을 꺾고 움직이고, 1초도 있기 어려운 자세를 호흡을 다섯번 들이쉬고 뱉을 때까지 유지해야 했다. 몸은 내 맘대로 되질 않고, 남들은 다 수월하게 하는 듯한 자세를, 나는 0.1초도 하지 못해, 몸을 쿵- 하고 바닥에 떨구었다. 이상하다. 난 별로 승부욕도 없고, 도전정신이란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산 적이 없는데, 마음 속에서 뭔가가 마구 일렁였다.
그날 후로 매번 아쉬탕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선생님은 늘 같은 온도의 미소를 띄며, 조금만 동작이 교정되어도, "잘 하고 있어요"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그 칭찬 위를 서핑하듯 돌아다니며, 괜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애썼다. 그리고 요가를 시작한지 딱 한달 되었을 때. 분명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안되던 동작이 되기 시작하는 거다. 머리서기 동작을 하기 위해선, 우선 벽에 몸을 붙이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되기 시작하자, 나는 막 기분이 좋아서 아드레날린을 요가원 곳곳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취의 기운이 이곳저곳을 유영하며, 시간을 감싸고 있었다.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기분. 몸은 벽에 딱 붙어있지만 그 어떤 때보다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그래, 사람들은 이 순간을 맛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구나. 싶은 생각. 요가를 시작한 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보기 좋아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2021년 최고의 선택상을 수여한다면, 요가를 시작한 나에게 줄 거다. 몸과 마음의 흐름에 나의 시간을 맡기고, 순간을 건넨다. 그럼 난 그 어느때보다 '어떤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저, 하는 동작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호흡을 빼앗기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