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나를 무시해?

감정의 최후 방어선

by 무연


처음엔 그냥 그런 줄 알았다. 내가 말을 꺼낸 순간을 후회했고, 그 후회는 곧 나를 향한 질책으로 변했다. 그로 인해 몇 날 며칠을 앓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이 이상하게 휘었다. '내가 예민한 걸까?'라는 물음은 어느새 '왜 나만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로 뒤바뀌었다.


친구는 웃으며 넘겼지만, 그 웃음이 자꾸만 날 깎아내리는 것 같았다. “에이~ 그런 거 아니지~”라는 말투가 마치, ‘네가 뭘 안다고 말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라는 말조차, ‘그냥 귀찮아서 대충 사과하는 거잖아’로 들렸다.


이성은 말렸다. “그럴 리 없어. 너는 그냥 불안한 거야.” 하지만 감정은 더 크게 소리쳤다. “봐봐, 다 너를 가볍게 여겨. 아무도 너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때부터였다. 상대가 잠깐 답장을 늦게 보낸 것도, 단체 대화방에서 내 말에만 반응이 없던 것도, 거리에서 마주친 지인이 반가운 인사를 짧게 끊고 지나친 것도, 모두가 나를 '투명하게' 보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나는 진심이었다.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을 때, 말끝마다 조심스러움을 얹었던 것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느라 밤을 새웠던 것도, 모두 관계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늘, 이런 식이었다.


‘너는 너무 예민하고, 너무 복잡해.’

‘그 정도로 말한 건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해?’


그럼 나는 또 스스로에게 채찍을 들었다.


“그래, 내가 또 괜히 민감하게 굴었지.”

“또 오바했어.”

“또 사랑받고 싶은 티를 너무 냈어.”


그런데 이런 말들이 반복될수록, 이상하게 억울함이 쌓였다.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이상한 사람이야? 정말 다 내 잘못이야?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결국은 무시당한다는 그 확신. 그게 나를 공격적이게 만들었다.


말끝마다 뾰족한 가시를 달았고, 대화 속에서 '날 시험해봐'라는 태도가 스며들었다. 친구의 짧은 반응에도 화가 났고, 단체방에서는 일부러 말을 줄였다. 그리고 기다렸다. 누가 나를 찾는지. 아무도 찾지 않으면, 짧은 시간 내로 나는 역시 그거 봐,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 안으로 폭력이 향했다.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 손바닥을 꾹 눌렀다. 어디선가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닦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화가 났는데, 도망갈 데가 없었다.


그러면 결국 나는, 나를 때렸다. 마음으로.


‘왜 말을 했어.’

‘왜 또 들켰어.’

‘그렇게까지 티를 내고 싶었어?’

‘그래, 다들 너를 무시해. 네가 네 감정을 우습게 만들었잖아.’

‘멍청이.’


결국 나의 입은 봉인되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표정을 잃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요즘 너 참 차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더는 나를 무시당하게 두고 싶지 않아서 만든 최후의 감정 방어막이다.




왜 다들 나를 무시해.png


이전 08화나 좀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