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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세상, 거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by 단 정




어쩜 저리도 예쁠까?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인스타그램 말입니다. 풍경도, 공간도, 그림도, 요리도, 글도. 감각적인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감동을 받았다가 갑자기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저렇게들 잘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면서요. 그래도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인데, 이 유행에 뒤처져선 안될 것 같아 더 많이 사각형 세상 속을 헤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정처없이 쏘다닙니다. 이쯤이면 노예라고 할 만합니다.


저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 카메라부터 켜고 봅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잊고 대화도 끊어 먹습니다.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기 힘듭니다. 아이러니한 건 상대방도 그 상황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 동의 아래 아무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유는 인스타그램. 그게 전부입니다. 좋아요, 댓글을 수시로 확인하며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손가락은 빠르고 자연스럽습니다. 학교 다닐때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단정의 가게도 이 사각형 세상 안에 있습니다. 마케팅을 위해 선택한 소통의 툴입니다. 온, 오프라인 상점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블로그 후기를 보고 온다거나, 주소창에 url을 치고 들어오는 일도 이제는 옛날 방식입니다. 적어도 인스타그램에 팔로워가 1만 이상은 되어야 좀 알아준다고 합니다. 단정의 팔로워는 그에 훨씬 못 미칩니다. 어떤 이야기를 쓸까,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사진도 이렇게 저렇게 찍어봅니다. 좋아요 숫자가 단번에 올라오는 날이 있으면 한없이 더딘 날도 있습니다. 팔로워가 생기면 마치 내 옆집으로 이웃이 이사 온 것 마냥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창만 키면 쏟아지는 비슷한 제품들의 알고리즘 속에서 단정의 것이 하트 표시 하나라도 얻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어떤 날은 이 모든 일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사각형 세상 근처에도 가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사진에 찍힐만큼 제 일상이 아름답지 못합니다. 단정을 경험할 수 있게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지만, 때로는 그것과 상관 없는 것들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낍니다.


'맛‘이 전부인 단정의 먹거리를 인스타그램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유들이 살얼음판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예민하고 위험합니다. 언젠가 해킹으로 계정이 먹통이 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식은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밤새도록 잘 못하는 영어로 인스타그램에 메일을 얼마나 보냈는지 모릅니다. 한동안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은 불안해서 갈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과 소통이 안 되는 것보다 와이파이의 불통이 더 두려운 일이 되버린 것입니다.


20대에 혼자 나섰던 보름간의 파리여행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충전해 놓았던 카메라가 반나절만에 꺼져버렸습니다. 남은 시간을 오롯이 시선으로만 기억해야 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기함할 일이 벌어졌는데, 여행사진들이 들어있는 메모리칩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인생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파리여행이 통째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잃어 버린 메모리칩에 남아있던 사진들보다 두 눈에직접 담았던 순간들만이 더 선명한 감각으로 남아있습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쏟아부은 사각형의 세상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찔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이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겨질 수는 없을까? 반문합니다. 그것을 고민할 수 있어야, 단정의 사각형 세상이 진짜가 되는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딘의 ‘인스타그램’ 이라는 노래 속 가사는 제 마음을 대신 해주고 있습니다.


“ 문제야 문제. 온 세상 속에 똑같은 사랑 노래가,

와 닿지 못해. 나의 밤속엔 생각이 너무 많네.“


와닿지 못하는 곳에 매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요‘ 알림 소리에 의연해져야 한다고 쿨한척 해보지만 그러지 못할 것을 너무 잘 압니다. 그저 이 이야기가 여러분들게 가닿길 바랍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단정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하실 분들은 아무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댓글, 팔로우는 사랑입니다.


단정의 인스타그램 : @_da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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