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시간도 없는 취준생의 도시락 일기 #1
나는 유부초밥을 좋아한다.
맛있으니까?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내 추억의 기저에 있는 이미지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우스운데, 그 당시에는 꽤나 진지했다.
초등학교 때다.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은데, 유달리 그 순간들은 뚜렷하다. 소풍이나 운동회를 하면 도시락을 가져갔다. 학창 시절을 전부 은색 식판에 담긴 급식을 먹고 큰 나에게 도시락은 조금 특별했다. 일 년 중 몇 번, 그러니까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니까 말이다. 바쁜 부모님 덕분에(?) 방목형 교육으로 큰 내가 매일이 노는 날이면서 그 날은 왠지 더 설렜다는 게 참 웃기다. 기껏해야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해수욕장이나 자주 가는 공원으로 가는 건데 말이다.
그때마다 나는 유부초밥을 싸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왠지 그게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당시 나는 모르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어머니는 네 명의 자식을 키우느라 맞벌이로 바쁘셨는데, 그 와중에도 어디서 사 오는 게 아니라 새벽같이 김밥을 직접 싸셨다. 유부초밥을 직접 만들어 보고야 알았다. 김밥이 더 손이 가는 음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김밥이 더 부럽다.
1. 전기밥솥에 쌀을 안쳐 놓고, 마트로 간다.
(진밥, 된밥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유부초밥은 꼬들밥(사전엔 고두밥이라고 나온다.)이 좋아서 물을 좀 적게 맞춘다.)
2. 마트에 가서 마음에 드는 유부초밥 세트를 구매한다.
(정말 저렴하다. 내 어린 시절 추억이 무너져 내린다. 그땐 고급 음식 같아 보였는데..)
3. 밥을 퍼내고 한 김 식힌다.
4. 설명서에 적힌 대로 초밥 소스와 조미 볶음을 넣고 섞어 준다.
(다들 아는 TIP : 조미 유부 팩 안에 있는 조미액을 버리지 말고 밥에 같이 넣어 준다.)
5.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한 양의 밥을 떠서 유부에 채워 준다.
6. 정말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