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시간도 없는 취준생의 도시락 일기 #2
자취를 한 지 7년 차다. 스무 살 때는 상경해서 누나들이랑 살았다. 군대 다녀와서는 잠시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아무튼 집 나온지는 7년이 됐다.
그래서 간단한 요리는 곧잘 하는데, 물론 레시피를 보고 해야 한다. 밥을 해 먹으며 깨달은 사실은 사 먹는 게 짱이라는 거다. 일단 요리를 결심하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 우선 장을 본다. 마트에 가면 눈이 돌아가서 생각보다 지출이 커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무거워서 어깨가 아프다. 자취생이 돈이 어딨는가. 당연히 손질이 안 된 저렴한 원재료를 샀다. 그러니 요리하기 전에 재료 손질도 한다. 그리고 요리를 한다. 먹는다. 치운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 본 것들의 반은 남아서 냉장고를 지키다가 운명한다.
하나 더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내가 생각보다 손 맛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괜찮다. 내 입에만 맞으면 된다. 이럴 땐 평소에 가리는 것도 없고, 뭐든 맛있게 먹는 나 자신에게 참 고맙다. 그런데 2% 부족해 보이는 게 내 실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취생 집에 모든 조미료, 소스, 재료를 기대하는 게 너무한 거 아닌가. 간장부터 난관이다. 국간장, 진간장, 양조간장 등등 종류가 그렇게 많은 지 처음 알았다. 그래서 그냥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거라면 대충 넣고 없으면 없는 대로 빼고 요리를 하다 보니 모양만 그럴싸해진다.
취준을 하면서 학교에서 계약직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센터에 가서 인수인계를 받다가 놀란 사실은 일주일에 세 번은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도시락을 멋들어지게 싸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 번 싸가다가 반년 넘게 인스턴트만 먹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몸이 굉장히 무겁고 뭔가 건강에 좋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도 마감하듯 사진 찍고 글도 쓰고 하다 보면 꾸준해지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 밥을 한다.
2. 밥을 퍼내고 한 김 식힌다.
3. 참기름 살짝 두르고, 깨소금 살짝 뿌려서 섞는다.
4. 비닐봉지에 김을 넣고 무자비하게 부순다. (사실 김밥 김을 써야 하는데, 없어서 아무거나 썼다.)
5. 욕심부리지 말고 동그랗게 뭉쳐서 비닐봉지에 넣고 흔들어 준다.
4. 삼삼하다. 다음에는 참치라도 좀 넣어야겠다.
1. 오이를 반달 모양으로 적당히 썬다.
2. 양파도 채 썰어 준다.
3. 그릇에 오이와 소금을 넣고 섞어서 5분 정도 절인다.
4. 절인 오이는 키친타월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5. 양념(설탕 1/2, 고춧가로 1+1/2, 간장 1, 식초 1, 참기름 1/2, 올리고당 1)
6. 오이, 양파, 양념을 한 그릇에 넣고 섞어 준다.
7. 생각보다 오이무침 맛이 나서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