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원숭이에게 혼이 다 빨린 후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마트였다. 웬 마트에서 내려주나 했다. 얼른 밥 먹고 싶은데...
‘뭘 사야 하지?’
멀뚱히 서있던 참이다. 가이드분이 “카야잼 사보세요!”라며 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잉, 카야잼이 뭘까?”
궁금증에 이끌려 카야잼 진열장에 갔다. 할머니 그림이 그려진 카야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와! 너무 귀엽잖아! 어떤 잼 인지도 몰라 살까 말까 고민했던 우리는, 할머니 그림에 빠져 홀린 듯이 카야잼을 구입했다. 선호가 제일 많이 샀고, 나랑 흣쨔는 적당히 몇 개만 골랐다.
한 번 물건을 집어보자 소비하는 감이 돌아왔다. 얘들아, 이제부터 본 게임이야! 우리는 본격적으로 마트를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 저기 코코넛 커피네.” “맛있대.” “이때 아니면 언제 돈을 쓰겠어?” 사자.
“커리 분말이다!” “어떻게 요리하지?” “요리 방법은 모르지만 어쨌거나 한국에서 요리해도 맛있을 거야.”
그럼 사자!
그렇게 최고의 콤비를 자랑한 우리는 타당한 이유를 대며 쇼핑을 즐겼다. 물론 짠순이 흣쨔는 신중하게 쇼핑을 했지만.... 그래도 자유여행에서 마트 쇼핑을 할 일은 없으니 구매한 물건 모두 만족스러웠다.
카야잼은 빵에 발라 먹어보니 정말 맛있는 잼이었다. ‘더 많이 살 걸’ 오히려 후회한 음식이 이 카야잼이다. 색은 땅콩잼과 비슷한데, 맛은 좀 더 오묘하다. 한 입 먹었을 땐 잘 익은 사과의 달달한 맛이 났다가 마무리에는 계란 같은 고소함이 혀를 감싸 안는다. 식빵에 발라 먹기도 좋고, 지인에게 여행 선물로 나눠주기도 좋으니, 많이 많이 사는 걸 추천!
카야잼 다음으로 만족스러웠던 쇼핑은 코코넛 커피다. 일반 믹스커피 맛과 달라서 집에서 특별한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 마시기 좋았다.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커리 분말은 완전 실패. 현지의 커리 맛을 기대하고 구매했는데 이 가루만으로는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아마 닭고기나 생선, 그리고 향신료를 따로 첨가해야 하나보다. 여러 재료를 사서 요리할 정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마 유통기간이 다가올 때까지 요리를 해 먹지 못할 거다.
마트에서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그토록 기다렸던 식당이다. 강가에 떠 있는 선상 식당이었는데, 고급스러운 식당이라기보다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식당이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우리는 큰 테이블에 앉았다. 얼마 뒤 다른 한국인들이 합석했는데, 배가 고파서 그들과 말할 힘도 없었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했다. 조그만 배들이 강에 동동 떠다녔다. ‘이따 우리도 저런 배를 타고선 반딧불이를 보게 될까?’ 힘 빠진 몸을 의자에 기대고 반딧불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꼬르륵, 꼬르륵. 잠시 기다리자 여러 접시가 나왔다. 우리가 직접 고른 게 아니라 미리 투어에서 주문한 음식이었다. “일단 먹고 보자!” 배가 고팠던 우리는 떠들지도 않고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배가 조금 찰 때쯤 미각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맛은 별로군.’ 첫째 날 잘란알로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리워지던 순간이었다.
사실 음식을 너무 빨리 먹어서인지, 식사를 마친 후에 봤던 바깥 풍경이 음식보다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출구에는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있었고, 출구 바로 앞에는 개 한 마리가 늘어져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길가에 큰 개가 많이 돌아다닌다. 개한테 가까이 가려고 하니, 가이드가 여기선 웬만하면 개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한국처럼 개를 반려동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개를 천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세입자가 집에서 개를 키우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 정도다.
동물과 관련해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은 사항이 있다. 바로 말레이시아는 소와 돼지고기 요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이슬람과 힌두교에서 각각 돼지와 소를 먹지 않기 때문. 대신 닭이나 양을 제일 많이 먹어, 우리도 여행 내내 거의 이 육류나 생선 요리를 먹었다.
“어떤 종교냐에 따라 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는구나.” “그러게, 우리나라랑 식문화가 또 다르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