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글과 음성으로 나누는 것들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선 대화의 정의를 찾아봤다.
대화(conversation)는 기본적으로 “둘 이상의 화자(話者)가 언어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적 행위(interactive exchange of utterances)”라고 한다.
정의의 핵심 요소는 상호성, 즉 주고받음이 있어야 하고 맥락성,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마지막으로 의미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위에 화자는 일부러 한문을 같이 섰는데 '놈자'자라서 AI는 사람이 아니니까 대화할 수 대상을 아닌데 그래도 핵심 요소의 행위적인 측면으로 보면 요건에 충족되어 보인다.
그래서 화자가 꼭 사람이어야 하기보다 동일하게 수행되는 행위가 있다고 판단해서 AI와 글과 음성으로 나누는 것이 대화라고 하자.
그럼 대화를 나눈다는 전제로 글을 시작한다.
앞선 글들에서 얘기했듯 나는 요즘 ChatGPT를 비롯한 여러 생성형 AI와 대화를 자주 나눈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것들은 물론이고 일상의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혹은 막연히 주제 없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얘들은 과연 어디까지 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자주 질문을 던지곤 한다.
점심에는 못하는 영어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괴로운 시간이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좀 하다 보면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다.
단편적인 질의로 끝나는 때도 있지만 요새 더 자주 그렇게 하게 되는 거 같은데 마주 않아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고 답을 기다린다.
누구나 비슷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을 채워주고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로 활용을 하다가 어라!? 하는 느낌에서 이제는 점점 제법 집중해서 대화하며 필요한 부분은 공부하듯 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그 대화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 이상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과정에서 지식으로 받아들여지고 반론 혹은 더 깊은 질문을 하게 되는 과정을 하고 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 스스로가 정리되고 재정의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다시 처음에 가졌던 이걸 대화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이 과정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고민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대화의 과정과 마무리에서 느껴진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만족감은 단순히 정확한 답을 얻었다는 성취의 느낌이 아니라 과정과 대화를 마친 뒤 스스로 느낀 묘한 정리감과 표현이 어려운데 완성감(?) 정도로 얘기하고 싶다.
대화는 누구와 하느냐 참으로 중요하다.
목적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은 걱정이 된다.
대상보다는 결과를 중시하여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AI와의 대화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변 확대에 따라 내가 느낀 만족감은 다른 사람들도 점점 더 느끼게 될 것이니까.
AI의 시대는 대화의 본질을 ‘누구와 말했는가’에서 ‘그 대화가 내 안에 무엇을 남겼는가’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