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업무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먼저 AI에게 던진다.
ChatGPT, Copilot, Perplexity, 그리고 최근에는 Genspark까지 24시간 대기 중인 동료들이 내 주변에 앉아 있는 셈이다.
돈을 내고 있으니 가능한 많이 부려먹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에 AI를 활용했을 때 이전과 대비하여 체감의 변화는 정말 크다.
방향을 잡고 결과를 검수하고 책임질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역할은 AI가 대신 한다.
그 결과 업무에 쓰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고 나는 질문을 만들고 답을 이해하고 방향을 수립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여러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생성된 문서를 검토하고 공유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피스 프로그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AI는 웹과 문서를 학습하며 구조를 이해했고 그 결과 이제는 대화뿐 아니라 문서 형태의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마크다운, 문서, 슬라이드 형태로 정리된 결과를 바로 내놓는다.
이 변화로 일의 시작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람이 자료를 모으고 문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은 그것을 다듬는다.
문서를 오래 붙잡고 편집하는 시간보다 잠깐 열어 확인하고 닫는 시간이 늘어났다.
문서를 만드는 방식과 주체가 바뀌고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은 더 이상 생산 중심의 역할을 하기보다 최종 결과를 담는 역할로 그 활용이 축소되고 있다.
우리는 AI로 인해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핵심만 이해하면 되는 변화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기존의 화려한 화면 구성이나 근거 자료의 양으로 승부하던 방식은 점차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문서 작성은 더 이상 워드가 아니어도 된다.
문서 표준화에 진행되면서 XML, JSON, Markdown 형태의 결과물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지원되고 유료가 아닌 무료 소프트웨어의 선택지도 충분하다.
고급 기능을 사용하는 엑셀을 제외하면 특정 오피스 프로그램의 종속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가속화에는 AI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차 이런 상황을 대비해 AI, 보안, Agent를 결합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고 구글, 노션 등은 AI를 활용해 오피스 프로그램 영역에 점유율을 높이려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발표 자료도 마찬가지다.
슬라이드는 더 이상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디자인, 구도, 이미지까지 AI가 높은 수준으로 대체해 주고 있다.
물론 기존 사람이 하는 한땀 한땀 디자인을 녹이는 방법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무엇을 전달하려는가에 대해 중요해지고 있고 그러한 메시지가 포장의 화려함을 대체하고 있다.
물론 워드와 파워포인트는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미 대체 가능한 위치로 이동했다.
불편하지 않을만큼 업무와 문서 작성 및 공유 방식이 바뀌어 갈 것이다.
엑셀은 아직 잘 버텨내고 있고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조차도 엑셀에 담긴 데이터를 잘 분석해 내지 못한다.
몇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
ERP, CRM 등 숫자 중심의 솔루션은 비용이 굉장히 높고 SMB 규모의 기업들은 엑셀을 통해 회사 주요 데이터들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엄청난 스타트업인 경우도 아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엑셀은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하면서 매우 다양한 산업과 용도에 맞춰진 복잡한 수식과 함수를 지원한다.
금융, 재무, 통계, 프로젝트 관리 등 각 분야의 고유한 요구사항을 현재의 AI가 모두 완벽하게 예측하고 자동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사용자별로 수식활용과 화면 구성이 다른데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완벽히 이해하고 정확한 수식으로 변환하는 것이 현재 기술 수준에서 신뢰하기 어렵다.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오류가 없어야 하는데 현재의 생성형 AI는 일반적인 작업에는 우수하나 구체적이고 맥락이 중요한 숫자 관련 비즈니스 문제에는 여전히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은 보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8년 전후면 기술은 충분히 대체 수준으로 나갈듯 하지만 사용자 환경은 여전히 엑셀을 사용할 듯 하여 변화를 위한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AI가 오피스 프로그램의 역할도 바꿔가고 있다.
지금은 AI 초기 시대라서 AI 사용료 +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비용을 쓰고 있지만 이 구도 역시 점점 변화할 것이다.
소비자는 현명하기 때문에 기업은 변화해야 할 것이다.
오피스 프로그램 제공사, AI 제공사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과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최근에 'speakly'라는 프로그램이 새로 출시되었는데 STT(Speech-to-Text) 기능을 제공해서 프로그램에 제한 없이 음성만으로 입력을 지원한다.
대충 말해도 잘 듣고 이해하는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서 지난 며칠 테스트하면 사용 중인데 업무에 높은 효능감을 느낀다.
다만 주변에 동료가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다.
다음에는 브런치의 글도 한번 음성으로 작성해 봐야 하겠다.
IT 실무를 살펴보면 웹표준의 시대는 2000년대 초반으로 IE에서 벗어나고 Active-X를 걷어낸 이후였다.
브라우저에서 pdf, html 등으로 문서 보기를 시작한 후에도 오피스 프로그램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AI는 일의 시작점을 바꿨다.
오피스 역할의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