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즐기는 한여름 정취
1. 운 자르뎅 수르닐 Un Jardin Sur Le Nil
2. 도쿄 블룸 Tokyo Bloom
3. 쟈뎅 뒤 포에뜨 Jardin du Poete
4. 포엠 드 사가노 Poéme de Sagano
5. 그린 워터 Green Water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유명한 향이며,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향. 에르메스의 퍼퓸-자르뎅(Parfums-Jardins) 컬렉션 중 단연 돋보이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퍼퓸-자르뎅 컬렉션의 조향을 맡은 마스터 퍼퓨머 장 끌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는 이집트 아스완에 흐르는 나일 강변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운 자르뎅 수르닐을 탄생시켰다.
첫인상은 당근 껍질의 달큰함, 토마토의 신선함, 그린 망고의 싱그러움, 자몽 속 껍질의 톡 쏘는 상큼함이 오묘하게 어울려 새콤달콤하게 다가온다.
그리너리 향수 중에서도 수분감이 꽤 느껴지는 편. 물기 가득한 식물의 줄기를 톡 자를 때 날 것만 같은 싱그럽고 가벼운 향이다. 눈앞에서 잔디를 베어내는 듯한 사실적인 풀 향은 아니지만, 관념 속의 초록빛 잔디향을 충실히 구현했다고나 할까. 물먹은 초록 잔디밭에 누우면 이런 향이 날까 싶기도 하다.
울렁이는 물 향도, 머리 아픈 단 향도 없이 적당한 선을 지키는 상큼함과 달큰함이 돋보이는 향. 풀의 비릿한 향을 싫어하거나 우아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푸르고 섬세한 여름 향을 찾고 있다면 수르닐이 제격일 것이다.
다만 여타의 그리너리 향수와 비슷하게 지속력과 확산력은 아쉬운 축에 든다. 그렇지만 이 향이 진가를 드러낼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다소 약한 발향력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요소일 수도.
▶ 부향률: 오 드 뚜왈렛(EDT)
▶ 용량: 15ml 30ml 50ml 100ml
▶ 가격: 50ml 기준 ₩152,000
▶ 참고사항: 헤어 앤 바디 오일, 바디로션, 샤워젤 등 바디 제품으로도 출시
더 디퍼런트 컴퍼니의 레스쁘리 코롱(L'esprit Cologne) 컬렉션 중에서도 비슷한 향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명작. 그리너리 향수는 많지만 정확히 노란 꽃이 만개한 들판이 떠오르는 그리너리 향수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첫 분사 시에는 약간 톤이 높은 듯한 싱그러움이 강하게 다가오는데, 갓 베어낸 듯한 생 풀향보다는 늦봄에서 초여름의, 민들레가 가득 핀 들판이 연상된다. 어딘가에 피어난 풀꽃의 향이 바람에 은은하게 실려오는 듯한 느낌.
10분 이상 지나면 살 위에서 산뜻하게 날아다니는 것 같던 향이 착 달라붙어 약간의 포근함을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브 비누로 씻고 난 후 살결에 남은 향이나 풀향 로션을 부드럽게 흡수시킨 후 나는 향이 떠오른다.
잔향까지 모두 마음에 들지만,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지속력이다.
살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2시간 정도면 오래 지속된 편에 속하는 것 같으니 향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공병을 필수로 지참해야 할 듯하다.
▶ 부향률: 오 드 뚜왈렛(EDT)
▶ 용량: 100ml
▶ 가격: €95
▶ 참고사항: 리필 별도 판매
'시인의 정원'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쟈뎅 뒤 포에뜨.
이탈리아 남부 휴양지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모티프로 향을 만드는 오디딸리 특유의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든 향이다.
가장 먼저 귤껍질과 오렌지 과육의 상큼함이 다가오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는 물 먹은 연둣빛 잔디를 깎을 때 나는 듯한 싱그러운 향이 난다. 흡사 '오이 비누'에서 날 법한 싱그러움 섞인 물 향.
앞서 소개한 운 자르뎅 수르닐의 잔향에서 느껴지는 뭉근한 단맛에 푸릇한 느낌이 더해져 부담스럽지 않다.
지속력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리너리 향수 중에서는 확산력이 좋은 편이다.
▶ 부향률: 오 드 퍼퓸(EDP)
▶ 용량: 100ml
▶ 가격: ₩285,000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머스크 시리즈 조향을 맡은 마스터 퍼퓨머 소니아 콘스탄트(Sonia Constant)가 설립한 브랜드 엘라 케이의 향수.
'포엠 드 사가노'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교토 사가노 지구의 울창한 대숲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 되었다. 마치 시원한 바람이 부는 대숲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서정적인 향조가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시원한 자몽 껍질 향이 팡 터지고, 그 뒤로 맑고 청아한 대나무와 쌉싸름한 유칼립투스의 향이 깔끔하게 올라온다.
경쾌하게 시작했던 초반부와는 달리, 향의 중심을 잡아 주는 말차 어코드 덕분에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마치 고즈넉한 목재 건물에서 곱게 우린 말차 한 모금을 넘기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착향 했을 때는 톤이 더 낮아져 더욱 은은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리너리 향수의 과한 발랄함이 부담스러웠다면 차분하고 맑은 포엠 드 사가노를 시향 해보길.
▶ 부향률: 오 드 퍼퓸(EDP)
▶ 용량: 100ml
▶ 가격: ₩370,000
그린 워터는 1946년에 조향사 뱅상 루베르(Vincent Roubert)에 의해 처음 탄생했다. 70년 후인 2016년, 쟈끄 파뜨는 메종 쟈끄 파뜨 퍼퓸(Maison Jacques Fath Parfum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46년의 포뮬러를 복원한 그린 워터를 재출시한다. 그래서인지 네롤리와 그린 노트라는 클래식한 조합이 돋보이는 향이다.
▶ 네롤리(Neroli)란?
비터 오렌지(Bitter Orange) 꽃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 화이트 플로럴(White Floral) 계열로 분류한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화이트 플로럴답게, 누군가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꽃 향과 상큼한 오렌지 향을 느끼지만 누군가에게는 '딱풀'이나 티슈에서 날 법한 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네롤리가 메인으로 쓰인 대표적인 향수는 톰 포드의 네롤리 포르토피노와 딥티크의 오 데 썽.
그린 워터는 매우 상큼한 베르가못과 레몬의 향연으로 시작되는데, 네롤리는 큰 존재감 없이 탑 노트의 시트러스를 백업해 주는 정도로 느껴진다.
초반부의 시트러스가 사그라들고 나면 쌉싸름하면서도 톡 쏘는 민트와 바질의 향이 본격적으로 느껴지는데, 마른 건초나 허브에서 날 법한 푸릇하고 차분한 향으로 다가온다.
잔향도 이와 비슷하게 차분한 느낌으로 가라앉는다. 바디 로션을 바르고 난 후의 잔향처럼도 느껴지는데, 특히 러쉬의 바디 버터 '라임 바운티'가 떠오른다.
지속력은 좋지 않지만 더운 계절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한 가벼운 향.
▶ 부향률: 오 드 퍼퓸(EDP)
▶ 용량: 30ml 100ml
▶ 가격: 100ml 기준 €134
▶ 참고사항: 공식 홈페이지에서 디스커버리 및 코프레 세트 별도 구매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