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TD를 완성하는 그날의 향기
1. 르 베스띠에르 향수 컬렉션 소개
2. 르 베스띠에르 향수 13종 시향기
뮤즈 Muse
사하리엔느 Saharienne
트렌치 Trench
벨루어 Velours
골드 Gold
카플린 Capeline
라발리에르 Lavallière
블라우스 Blouse
점프수트 Jumpsuit
턱시도 Tuxedo
까방 Caban
뀌르 Cuir
베이비캣 Babycat
3. 분위기별 OOTD 추천
본 글은 체험단을 통해 입생로랑 뷰티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올해 9월 국내 백화점에 정식 런칭된 르 베스띠에르(르 베스티에르) 향수는 오 드 퍼퓸(EDP)의 부향률로, 입생로랑의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뜨 퍼퓨머리(Haute Parfumerie), 즉 프리미엄 향수 컬렉션이다.
'베스띠에르(Vestiaire)'는 프랑스어로 옷장을 의미한다.
컬렉션을 구성하는 향수들은 입생로랑의 상징적인 패션 아이템을 모티프로 하고 있기에 그 자체로 생 로랑의 옷장, 내지는 작업실을 구경하는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한다.
날카롭게 커팅되어 색색의 수색이 선명히 비치는 유리 바틀, 생 로랑의 턱시도에 쓰인 상징적인 원단 그랑 드 뿌드르(Grains de Poudre)의 패턴을 담은 블랙 캡, 그의 시그니처인 블랙 라벨까지.
향수를 이루고 있는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입생로랑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용량의 경우, 기존의 75ml와 125ml에 이어 35ml의 소용량도 출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하리엔느, 벨루어, 카플린, 까방, 뀌르 5종 제외)
125ml ₩475,000
75ml ₩370,000
35ml ₩245,000
가장 아이코닉한 향이자 베스트셀러인 뮤즈, 블라우스, 턱시도는 400ml 용량의 핸드 앤 바디워시로도 출시되었으니 매장 방문 시 확인할 수 있다.
센티드 핸드 앤 바디워시 400ml ₩98,000
*노트 정보는 입생로랑 뷰티 글로벌 홈페이지(yslbeauty.com) 참고
뮤즈 Muse — Inspiring Ink
인센스의 희뿌연 향감이 바닐라 특유의 포근한 구름 같은 달콤함과 어울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프닝부터 독특한 잉크 향이 바닐라 위에 얹히는데, 어둡거나 푸른 빛을 띠고 있을 것 같은 잉크 방울이 물에 풀리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향지로 먼저 만나보았을 때에는 잉크 어코드와 어울려 시향지의 종이 향이 극대화되었고, 착향까지 해보았을 때에는 오리스 콘크리트의 버터리한 부드러움이 강조되었다.
The ink reveals enigmatic woody notes, intimate and elegant smoky facets. It veils the skin in subtle dark, metallic tones, slightly irisy, earthy.
For me, the ink takes on the colors of creativity and mystery. It stimulates the imagination.
Marie Salamagne, yslbeauty.com
뮤즈는 생 로랑 스타일의 근원, 그의 뮤즈들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향이다.
배우, 예술가, 모델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했던 뮤즈들은 생 로랑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구체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에 더하여 작업실에서는 수많은 드로잉이 생 로랑의 손끝에서 탄생하고 있었는데, 그의 영감을 담은 펜촉 끝 잉크를 향으로 표현한다면 단연코 뮤즈처럼 어둑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향이 될 것이다.
생 로랑 본인이 풍겼던 독보적인 분위기도 그러하였기 때문.
잉크 한 방울 떨어진 바닐라 향으로 남는 뮤즈는 르 베스띠에르 라인의 다른 향수와 레이어링하기에도 훌륭한 향이다.
블라우스, 라발리에르와 같은 가벼운 플로럴 계열에는 풍성함을 더해주고, 강렬한 가죽 향으로 시작되는 뀌르에는 달콤함과 포근함을 더해준다.
입생로랑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독특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뮤즈를 가장 먼저 만나보길.
사하리엔느 Saharienne — Sultry Neroli
네롤리와 페티그레인이 조화롭게 어울려 맑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싱그러움이 밀려든다.
흔히 미끄덩하게 느껴지기 쉬운 네롤리가 드라이하고 청량하게 다가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사막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맑은 바람과도 같다.
세이지와 패츌리가 허벌(herbal)한 뉘앙스를 더해주며 네롤리의 크리미함을 점차 중화시키는데, 그래서 잔향에도 초반부의 에어리한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된다.
가볍고 상쾌한 네롤리의 정수가 담겨 있기에, 평소 화이트플로럴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시도해볼 만하다.
'사하리엔느'는 프랑스어로 코튼 개버딘 소재의 사파리 재킷을 의미한다.
생 로랑은 아프리카와 인도 등에서 남성들이 입던 사파리 재킷에 우아함과 부드러운 곡선을 가미하여 1967년, 여성을 위한 제복 사하리엔느의 첫 선을 보인다.
그간 남성들의 작업복으로만 여겨졌던 사파리 재킷을 여성복 런웨이로 올린 시도는 여성복의 지평뿐만 아니라, 여성의 활동 반경 또한 넓힐 수 있었던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가볍게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사파리 재킷처럼 산뜻하게 전개되는 네롤리가 활동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야말로 자유와 모험이라는 키워드에 정확히 들어맞기에, 어디에나 쉽게 매치할 수 있는 웨어러블한 향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트렌치 Trench — Sensual Iris
이질적인 두 재료 시트러스와 아이리스의 완벽한 조화.
아이리스의 파우더리함과 시트러스의 상큼함은 상극일 것 같지만, 부드럽게 깔리는 아이리스의 향에 거슬리지 않게 얹히는 탠저린의 상큼함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포근한 아이리스가 배경으로 깔리기 때문인지, 트렌치의 시트러스는 유난히 더욱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1960년대에는 툭 떨어지는 투박한 실루엣을 지닌 버버리의 싱글 래글런 트렌치 코트가 이미 유행하고 있었다.
개버딘 원단 특유의 직선적이고 탄탄한 실루엣의 트렌치 코트가 유행하던 때, 생 로랑은 영화 <세브린느(Belle de jour)>에서 그의 뮤즈 카트린 드뇌브에게 바이닐 소재의 트렌치 코트를 입힌다.
당시 유행했던 빳빳하면서도 각 잡힌 실루엣이 아니라, 말랑한 가죽을 사용하여 맨몸에도 부드럽게 감겨 유연한 실루엣을 강조하는 트렌치 코트는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다.
<세브린느>에서의 카트린 드뇌브처럼, 트렌치는 맨살에 걸친 가죽 트렌치 코트의 이미지를 표현한 향이다.
비누 향이 은은히 남아 있는 맨살에 무심히 걸친 트렌치 코트의 안감에 배어 있는 향처럼도 느껴진다.
잔향으로는 아이리스 콘크리트의 크리미한 뉘앙스가 살갗에 부드럽게 남고, 그 주변으로 희미하게 감도는 시트러스가 무게감을 덜어 준다.
여름에도 망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아이리스 향수를 찾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추천하고 싶은 향수.
벨루어 Velours — Flamboyant Rose
붉은 벨벳을 결대로 쓸어볼 때의 부드러움과 결의 반대로 쓰다듬을 때의 날선 듯한 까칠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향.
패츌리의 강렬한 오프닝 뒤로, 이를 말갛게 희석해주는 달콤한 백차와 함께 다마스크 장미의 깊고 풍성한 향이 다가온다.
마치 벨벳처럼 포근하고 부드럽게 펼쳐지는 장미 꽃잎의 향이 꽤 부드러워서, 살짝 쌉쌀하게 남아 있는 패츌리의 잔향이 더욱 매력적이다.
서양에서 붉은색은 유구하게 혁명과 저항의 색으로 여겨져 왔다.
1976년, 누구나 쉽게 입지 못하던 붉은색의 벨벳으로 볼레로를 만들었던 생 로랑의 과감한 시도는 당대 여성들에게 권력을 쥐어줌과 동시에 금기를 어겼다는 해방감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름과 수색에서부터 느껴지는 진한 붉은빛처럼 강렬하기만 한 장미 향을 상상했다면 오산.
벨루어는 마냥 검붉고 스모키한 장미가 아니라, 톡 쏘는 패츌리 뒤로 달콤한 장미를 숨겨둔 반전의 향이다.
관능적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잘 어울릴 것이다.
골드 Gold — Supreme Bouquet
베르가못과 핑크 페퍼가 금빛 표면에 반짝이는 빛무리처럼 톡톡 튀는 감각을 더하고, 그 뒤로 살결처럼 부드러운 자스민과 튜베로즈의 향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튜베로즈, 자스민, 일랑일랑의 조합은 자칫 눅눅하고 느끼할 때가 많은데, 골드는 튜베로즈 줄기의 매끈한 촉감이 떠오를 정도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향이다.
생 로랑에게 골드는 블랙과 함께 각별한 컬러였다.
그의 첫 컬렉션에도 골드 버튼으로 장식된 피코트가 올라갔고, 입생로랑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또한 블랙과 골드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골드를 조향한 도미니크 로피옹이 밝혔듯, 크리미한 꽃잎 속에 담겨 황금빛으로 빛나는 꿀(nectar)의 광택이 가장 잘 표현된 향이다.
깔끔함과 화려함이라는 상반된 감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잔향으로 갈수록 일랑일랑의 꿀 같은 달콤함이 드러나 향이 더욱 풍성해지는데, 과하게 짙어지지도 혹은 단조로워지지도 않는 밸런스가 탁월하다.
도미니크 로피옹의 역작 중 하나로 뽑아도 될 만큼 잘 만들어진 향.
카플린 Capeline — Alluring Lily
마냥 가볍고 살랑살랑한 백합 향이 아니라, 뿌리에서부터 꽃잎을 피워 올리듯 짙은 무게감을 지닌 백합 향이 우아하게 퍼진다.
여기에 더해지는 묵직하고 포근한 바닐라는 백합 꽃잎의 풍성한 향취를 극대화하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한다.
느끼하거나 꼬릿하지 않은 백합과 바닐라의 조화가 더없이 매력적인 향.
'카플린'은 얼굴의 절반을 덮는, 완만한 곡선의 넓은 챙을 지닌 모자를 일컫는다.
순수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여타 백합 향수와는 달리, 카플린의 백합은 모자 챙이 얼굴에 드리우는 그림자처럼 명확한 선을 그리며 풍경의 명도를 낮추는 차분함을 지녔다.
마치 두터운 모질을 가진 브러쉬로 회빛 물감을 칠하는 듯하다.
백합은 생 로랑이 가장 사랑했던 꽃이었던 만큼, 그의 작업실 곳곳을 장식하곤 했다.
그의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백합을 음울하거나 축축하지 않게 풀어낸 가장 근사한 향.
라발리에르 Lavallière — Luscious Fig
정원에서 갓 딴 블랙커런트의 껍질에서 나는 달큰한 향과 제라늄의 알싸한 싱그러움이 어우러져 상쾌하게 시작한다.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을 가벼운 오프닝이라 봄이나 여름에 특히 잘 어울린다.
지나치게 크리미하고 녹진한 무화과의 과육 부분이 아니라, 딱 알맞게 익은 무화과의 달콤함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라발리에르'는 블라우스나 셔츠에 달린 타이(tie) 형태의 리본 장식을 일컫는다.
남성의 셔츠에도, 여성의 블라우스에도 널리 쓰였던 라발리에르는 전체적인 착장에 세련미를 더하는 젠더리스한 아이템이었다.
착향 시에는 풋풋한 장미 봉오리의 여린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데, 블랙커런트와 제라늄의 상쾌함 덕분에 마냥 페미닌한 분위기로 치우치지 않는다.
플로럴, 프루티, 그리너리 그 어느 쪽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균형감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블라우스 Blouse — Impertinent Rose
달콤한 분홍빛 장미 꽃잎의 향이 가득한 오프닝 뒤로, 베르가못과 핑크 페퍼의 상큼한 터치가 조금씩 느껴진다.
아주 얇고 섬세한 원단을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장미 향은 점차 안젤리카와 머스크의 희뿌옇고 쌉싸름한 향과 만나, 살갗에 금세 스며들 듯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1968년, 생 로랑은 시스루 소재를 활용하여 블라우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살을 모두 가리는 소재의 전통적인 블라우스와는 달리, 시스루 블라우스는 반항적 자유로움과 섬세한 우아함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블라우스는 잔향으로 갈수록 두께감을 더해 가는 향수가 아니라, 얇지만 어딘가 까슬까슬한 촉감을 지닌 시스루 원단처럼 섬세한 플로럴 향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마무리된다.
정석대로만 갔으면 재미 없었을 장미 향에 그리너리한 안젤리카가 더해져, 갓 딴 장미로 만든 비누로 씻은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한다.
그날의 룩에 청량하게 살랑이는 가벼움을 주고 싶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향.
점프수트 Jumpsuit — Vibrant Magnolia
과즙이 터지듯 맑고 상큼한 만다린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보들보들한 백도의 표면이 떠오르는 달큰한 향이 은은히 퍼진다.
생과일의 껍질이 바로 연상되었던 싱싱한 복숭아 향은 점차 깔끔하게 다듬어진 매그놀리아와 피오니 향과 어울려, 오스만투스가 떠오르는 섬세한 향감으로 변화한다.
1968년, 생 로랑은 카레이서나 공수부대의 기능성 의복이었던 점프수트를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을 지닌 이브닝 아웃핏으로 재해석한다.
블랙 실크 저지 원단을 사용해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연출함과 동시에 활동성까지 갖출 수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르 베스띠에르 향수 컬렉션 중 가장 경쾌한 분위기를 지녔다.
시간이 지나며 매그놀리아의 포근하고 매끄러운 질감이 돋보이며 편안하고 달콤한 살 냄새로 남는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텐션을 올리고 싶다면 계절과 성별에 관계없이 가장 먼저 손이 갈 만한 향.
턱시도 Tuxedo — Sharp Patchouli
빤빤한 코팅감을 지닌 쌉싸름한 패츌리와 함께 바이올렛 리프의 그리너리함이 강조되는 향.
그 뒤로 버번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을 때 느껴질 법한 풍성하고 짙은 바닐라가 밀도 높은 안개처럼 둥글게 다가온다.
1966년 생 로랑은 첫 번째 컬렉션에서 여성만을 위한 턱시도를 선보인다.
입생로랑 턱시도 특유의 새틴 라펠과 그랑 드 뿌드르 원단을 그대로 적용했지만, 여성의 몸에 완벽하게 어울리도록 실루엣과 디테일이 변형된 턱시도는 큰 인기를 얻는다.
턱시도가 여타 패츌리-바닐라 조합의 향수와 갖는 차이점은 바닐라 향이 부드럽고 섬세한 장미와 은방울꽃 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턱시도'라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매트한 블랙 원단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톤의 패츌리와 이에 부드러운 광택감을 더해주는 바닐라의 조화가 더없이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FW 시즌이면 어김없이 생각날 만한 향.
까방 Caban — Fascinating Tonka
톡 쏘는 페퍼와 레진의 코팅감과 함께 부드러운 오스만투스의 향감이 이를 감싸듯 등장한다.
플로럴 특유의 가벼운 달콤함이 점차 통카빈의 묵직한 달콤함으로 이어지는데, 향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바로 이 지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레진의 상쾌한 뉘앙스는 부드럽게 퍼지는 통카빈의 달콤함을 더욱 부각하고, 잔향이 느끼해지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잡아 준다.
'까방'은 뱃사람들이 입었던 더블 브레스티드 버튼 피코트를 의미한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거칠고 두터운 울 소재를 사용한 피코트는 직선적인 실루엣이었지만, 생 로랑은 부드러운 곡선을 활용하여 봉긋한 실루엣의 여성용 피코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까방은 폭신한 코트를 걸친 듯,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향이다.
황금빛 위스키 한 잔이 떠오르는 부지(boozy)한 뉘앙스도 존재한다.
통카빈의 따뜻하고 풍성한 달콤함이 지속되다가, 패츌리의 시원한 느낌이 가미되어 잔향은 보다 가벼운 톤으로 남는다.
캐러멜 한 조각을 녹여 먹는 듯한 달콤함이 매력적이기에, FW 시즌에 입을 달콤한 향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뀌르 Cuir — Sublime Oud
볼륨감 있게 포근한 바이올렛 리프와 스모키하고 매트한 질감의 카다멈과 오우드가 합쳐져 부드럽고 얄랑하게 길들여진 빈티지 가죽이 떠오르는 향.
오우드와 가죽의 웨어러블한 조화가 돋보인다.
입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접히거나 긁히기도 하는 가죽 재킷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편안하게 다가오는 향이다.
바이올렛과 함께 연기처럼 자연스럽게 퍼지는 가죽 향이 마치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에 폭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준다.
향감이 얇게 느껴지지는 않고 어느 정도 두께감이 있으나, 지나치게 강렬하거나 마초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진중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날, 고민 없이 선택하고 싶은 향.
베이비캣 Babycat — Raw Bourbon
처음부터 버번 바닐라의 풍성한 향취가 돋보이는데, 마치 베일을 드리운 듯 짙은 바닐라 사이로 스파이시한 페퍼가 조금씩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면 발사믹한 레진과 향긋한 사프란이 바닐라의 무게감을 조금씩 덜어 주고, 스웨이드의 부드러우면서도 탁한 질감이 드러나며 향의 톤이 한층 낮아진다.
'베이비캣'은 생 로랑이 레오파드 패턴을 부르던 애칭이었다.
특유의 과감함 때문에 어디에서든 눈에 띌 것 같은 레오파드 패턴을 그는 클래식하면서도 도발적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베이비캣은 레오파드 하면 떠오르는 동물적인 느낌보다는, 풍성한 바닐라 향을 통해 털의 결감이 살아 있는 부들부들한 느낌을 강조한다.
잔향의 차분한 시더우드와 어울려 부담스럽지 않게 마무리되는 바닐라 향이 매력적이다.
화려하게 잘 차려입은 착장으로 외출하고 싶은 날도, 혹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편안하고 심플한 착장으로 외출하고 싶은 날도 있다.
매일 달라지는 OOTD의 분위기에 맞춰 향수를 골라야 할 때,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입생로랑 르 베스띠에르 컬렉션만큼 적합한 향수는 없을 것이다.
르 베스띠에르 컬렉션을 통해, 그날의 착장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향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향수 옷장을 마련할 수 있다.
까방, 턱시도, 베이비캣 — 클래식한 올드머니 룩
트렌치, 사하리엔느 — 편안한 리조트룩과 보헤미안 룩
벨루어, 골드 — 센슈얼한 분위기의 글램 룩
라발리에르, 점프수트, 블라우스 — 로맨틱 캐주얼 룩
뀌르 — 멋스러운 빈티지 룩
카플린, 뮤즈 — 모던하고 시크한 미니멀 룩
연출하고 싶은 룩에 따라 매일 다른 향수를 고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