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를 1000번 말해보았습니다.
마침 계수기도 있고.
시작은 밥 프록터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밥 프록터'는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공의 비법을 알려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노신사였습니다. 양복을 멋지게 갖춰입고 그럴싸한 서재에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그의 영상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몇 개의 그의 영상을 더 보았습니다. 비슷한 구루(선생님, 스승)들을 보았지만, 저는 그가 끌렸습니다. 그러다가 유튜버들이 만들어 준 그의 영상 편집본을 보았습니다. 이런 영상들은 대체로 자막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의 음성을 바로 듣는 것은 좋았지만, 대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의 영어를 바로바로 번역해 이해할만한 영어 실력은 아직 아닙니다. 나중엔 그의 강연들을 우리말로 번역해 나레이션하여 편집한 영상들을 찾아 들었습니다. 강을 뛸 때도 듣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듣고, 목욕을 하면서도 들었습니다. 들을수록 새로웠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듣던 부분이 다음 번엔 의미있게 들렸습니다. 귀가 트이는 느낌이랄까요? 그 중에 확언을 천 번씩 90일 동안 반복하라는 말이 계속 귀에 꽂히더군요. 무의식을 바꾸려면 긍정 확언을 반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요. 그러면서 밥 프록터 자신이 해왔던 확언도 알려줬습니다.
"나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밥 프록터 확언'이라고 치니, 3시간 38분짜리 영상이 떴습니다. 이 확언을 반복해서 말해주는 영상이었죠. 대체로 3시간 반쯤 걸리는 모양이었습니다. 처음엔 이 영상을 틀어두고 잤습니다. 입으로 외우긴 좀 귀찮고 잠결에라도 무의식에 들어오라고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확언은 입으로 직접 말해야하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계수기를 샀습니다. 그 왜 놀이동산이나 국립 공원 입장할 때 사람들 머릿수를 세는 작은 물건 말입니다. 쿠팡으로 사니 금방 오더군요. 그리고 딱 하루 제 입으로 확언을 외우다가 때려쳤습니다. 해보려고 했는데 다 외우면 3시간 넘게 걸린다고 생각하니 하다 말게 되더군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시간도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지냈습니다. 계수기는 책상 위 연필꽂이에 걸어두고 말입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계수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도 3시간을 외울 자신은 없으니 고민도 없이 포기했습니다. 완벽히 할 게 아니라면 시작을 않는 스타일이라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2억 빛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 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여기선 또 '감사합니다'를 외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만 하면 인생이 바뀌겠냐고, 너무 간단해서 믿을 수 없다는 주인공에게 책의 '우주님'은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람에 주변에 얼마나 있냐고 되묻더군요. 없죠.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잠재 의식에는 현재 의식의 6만배나 되는 용량이 있지만, 우리가 부정적 말만 하면서 우주와 연결된 파이프가 손상되었다고 말하더군요. 이 '잠재 의식'이란 개념이 밥 프록터의 '무의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재 의식은 본인 스스로에게 했던 부정적인 말 때문에 완전히 지쳐버렸고 우주와 연결된 파이프도 손상되었다고요. 그래서 이제껏 중얼거렸던 부정적인 말만큼 '감사합니다'를 외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잠재 의식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라고 했죠. 그게 '잠재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결론적으론 이걸 바꾸게 하려면 뭔가를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파이프도(그런 게 있다치면) 손상되었다면 확언을 외우기 전에 '감사합니다'부터 외우는 게 먼저겠다 싶더군요. '감사합니다'라고 계속 말하면 편안한 느낌이 들며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내가 주문한 내용이 우주에 도달하는 힘이 6만배로 증가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믿기십니까? 저도 좀 허무맹랑하단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말을 여러 자기 계발서에서 들어오긴 했죠. 여러분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감사 일기를 매일 쓰라거나, '감사합니다'라고 반복하라거나, 확언을 외우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참 다들 짜고 치는 사기인가 싶어 웃음이 나더군요. 그리곤 아이를 하원 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 손을 씻기고, 간식을 챙겨주고 책상에 앉았죠. 그런데 갑자기, 아까 그 이야기 믿어봐도 손해는 아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저 혼자 집에서 중얼거리는데 손해랄 게 뭐 있겠습니까. 다들 그렇게 말하는 덴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니까요. 일단 '감사합니다'를 천 번 외워 보면 어떨까 싶었죠. 마침 계수기도 있고 말입니다.(비싸지 않습니다) 긴 확언은 오래 걸리겠지만, '감사합니다'라면 천 번 정도는 금방 하겠더군요. 그래서 당장 시작했습니다. 한 손에는 계수기를 들고 '감사합니다'를 열 번쯤 반복했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입으로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있으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옆에 자고 있던 고양이도, 새로 산 마우스도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놀면 뭐하나, 집 정리라도 하면서 외우자 싶더라고요. 한 손엔 계수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집에 있는 이 물건 저 물건을 치웠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부르더군요. 거실에서 오줌을 쌌다고요. 요즘 한창 배변 훈련 중이거든요. 그래서 계수기를 내려놓고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고마워.'라고 아이에게 한 번 더 말하고 나니, 뭐가 고마운지 설명해줘야겠더군요. '하원하고 오면서 카시트에서 쉬야 안하고 참아줘서 고마워. 다음엔 변기에서 하면 더 고마울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집에 온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실수를 한 걸 보면, 돌아오는 길에 이미 소변이 마려웠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차나 엘리베이터에서 실수하지 않은 게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러곤 다시 집을 둘러봤습니다. 머그컵을 싱크대로 옮기면서 원두를 사준 남동생을 떠올리고, 뽀로로 장난감을 치우면서 어린이날 선물을 준 시누이를 떠올리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면서 방광염에서 탈출한 고양이의 건강을 떠올리면서 감사했습니다. 제 주변에 감사할 일이 천지더군요. 입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우면서 뭔가에 불평을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엉망이 된 아이방을 치우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니, 난임으로 고생하던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지금이 정말 감사한 순간이구나,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육아의 괴로움이 한 순간 배부른 투정 같이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원했었는데 이뤄졌었구나 고마운 줄 잊고 살았었구나, 싶었습니다. 갑자기 맘껏 방을 어지럽히고 노는 아이의 모습이 꿈만 같더군요. 이쯤에서 살짝 울컥하더라고요. 이게 뭐라고요. 계수기를 보니 '감사합니다'를 겨우 543번 중얼거렸을 뿐이었습니다. 아직 457번을 더 말해야 하는데 벌써 이리 깨달음이 오다니요. 하하하.
그 순간 동시에 이건 글로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천번씩 '감사합니다'를 90일동안 중얼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갑자기 부자가 된다거나, 꿈이 모두 이뤄진다거나 할거란 확신이 들진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긴 합니다. 내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내 삶에 감사하고, 가족에게 감사하게 될 거라는 확신은 들었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 해볼 생각입니다. 천 번이면 하루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 계수기도 있고 말입니다. 이 작은 물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일을 쉽게 시작하게 되네요. 우습죠? 일단 있는 물건이니 써 볼 요량입니다. 이제 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궁금합니다. 그럼 나머지 457번을 외우러 가보겠습니다. 이 글이 더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