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비용을 줄이는 법
"나 오늘 치킨 사먹을래."
"왜? 먹고 싶어?"
"응, 기분 전환 좀 해야겠어."
열받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나고, 힐링이 필요할 때 쓰는 비용을 '시발비용'이라고 한단다. 그 단어 한 번 신박하다. 힐링이 우리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맛있는 걸 좀 먹으면, 쇼핑을 좀 하면, 술을 좀 마시면, 여행을 좀 다녀오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 느낌. 나도 그런 느낌을 자주 느꼈다. 그리고 썼다. 하지만, 대체로 기분이 나아지지 않거나, 살찌는 게 후회되거나, 내 마음에 쏙 들지도 않은 물건을 산 걸 후회했다. 시발. 비용.
절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일주일을 절약한 돈을 써버리기 쉽다. 일단 기분이 나쁘니까, 질러놓고 보자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렇게 지르고 나면, 자괴감이 몰려오면서 '그래, 뭐 나같은 게 무슨. 살던 대로 살어!' 뭐 이런 마음이 올라온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냐. 벌써 답답하신 분도 있을 것 같아 지름신을 막는 제가 모시는 요정을 소개한다.
이 요정의 정체는 '공짜'다. 기분이 나쁠 때 쇼핑, 술, 음식, 여행을 대체해줄만한 돈 들이지 않는 나만의 방법을 미리 찾아두는 것이다. 이건 절약 뿐 아니라 평소의 마인트 컨트롤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이건 나에게 마법을 거는 것과 같은 방법인데, 처음 들으면 시시하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꼭 실천해보시길 바란다. 말그대로 '공짜'니까.
평소에 자신이 기분 좋아지는 환경을 기억해두었다가, 나쁜 기분을 그 행동, 상황으로 상쇄시켜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으면, 쓸데없는 소비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안정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정리되고 나면,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만족감이 올라온다. 그 때의 기분은 시발비용을 소비한 자괴감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럼 나의 리스트를 몇 가지 예로 들어보자.
밖에 나가 스트레칭과 심호흡을 여러 번 한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핸드크림을 정성껏 바른다. 집에 있는 고양이를 안는다.(물론 고양이는 싫어한다. 미안, 잠시만 부탁해.) 작은 짜증은 이정도로도 해결되곤 한다. 집에서 혼자 노래를 부른다. 달리는 차에서 학창 시절 좋아하던 댄스곡을 부른다. 감정의 깊이에 따라 여러 곡이 되기도 한다. 서점에 간다. 회사 동료들과 수다를 떤다. 엄마나 친구와 통화를 한다. 방을 걸레로 닦는다. 혼자 나가 숨이 찰 때까지 조깅을 한다. 남편과 산책을 한다. 나 스스로에게 차 한잔을 대접한다.
물론, 나의 리스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힐링포인트는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두남자의 미니멀라이프>에서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모두 공짜"라고 말한다. 가족과의 시간, 신선한 공기, 노을진 하늘와 같은 것들 말이다. 조금 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힐링 방법을 고안하라.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행복함을 깨닫자. 자신의 몸과 시간을 망가뜨리고, 소비하지 않는 힐링 리스트가 분명히 당신에게 있다. 그건 내가알려줄 수 없으니,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기분이 멀쩡할 때 자신만의 '공짜요정'을 미리 찾아두자. 화가 치미는 순간엔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작은 기분의 변화에서부터 방법들을 차근차근 적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돈을 아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다. 이건 절약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 당신이 더 건강하고,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한 방법이다. 절약은 뒤 따라오는 개 한마리일 뿐이다. 멍멍.
자신의 삶을 더욱 안정감 있게 꾸미면, 돈을 쓸 곳이 훨씬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의미 없는 소비가 줄어들면, 자신에게 필요한 소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다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