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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Dec 04. 2020

다들 그냥 사니까 나도 그냥 살까

애쓰고 용쓰고 기쓰는 삶을 응원하며.

 

  드디어 5시에 일어났다. 5시 알람을 맞춰두고 잠들었는데, 분명 5시는 지난 것 같은데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5시 2분이었다. 그새 배터리가 다 되었나보다.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정신이 깬 상태로 꽤 버텼다. (왜 일어나지 않고 알람을 기다리는 걸까.) 이제 화장실도 가고 싶어진 터라, 가뿐히 일어났다. 드디어 5시 기상이다. 혼자 마음 속으로 팡파레를 울렸다. 빠빠빠라바바바라라밤~.

  이제 정말 긴터널에서 빠져나온 모양이다. 나는 가끔 터널에 들어갔다 나온다. 언제부턴가 알게 된 건데, 그 터널은 짧기도 길기도 견딜만하기도 미쳐버리겠기도 하다. 어떤 터널을 통과할 땐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바깥'이라는 게 있었던가, 싶게 지내다보면 짠!하고 밖이 펼쳐진다. 이번 터널은 네 달 정도를 지나 통과했다.

  요즘 정말 나는 5시에 일어나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쓰고, 용을 쓴다. 변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한참동안 아침기상에 실패했다. 온갖 방법을 써도 실패다. 5시 근방이면 분명 눈을 한 번은 떠서 시계를 본다.그리곤 곧 다시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깼었다. 그 시간쯤 뇌는 한 번쯤은 나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결과는 늘 처참했다. 출근할 시간쯤 일어나면 챙겨 나가기 바빴다.

  하루는 남편에게 물었다. '왜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 남편의 답은 명료했다. '안 일어나도 되니까 그런거 아닐까.' '아.......'

  가끔은 옆에서 보면 아는데 본인만 모를 때가 있다. 그런 걸까? 아, 안일어나도 내 삶은 괜찮아 보이는구나. 쓸데 없이 애쓰는 걸까. 하지만 난 변하고 싶다. 내 인생의 큰 변화는 번이 있었다. 고3때, 취업할 때, 결혼할 때, 아이를 얻었을 . 그때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내 삶을 바꾸려고. 바뀐 내 삶을 이해해보려고. 변해보려고. 따로 시간을 내고, 무엇보다 그것을 우선으로 두고, 온갖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그정도는 아니다.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아니까. 변하면 더 좋아지겠지. 하지만 변하지 않는대도 바뀔 건 없다. 말 그대로 배수진을 치지 않은 것이다. 더 나은 삶은 그럴싸해보인다. 하지만, 다들 그냥 사니까 나도 그냥 살까, 싶은 것이다. 영어를 좀 더 잘하게 되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아도, 책을 읽지 않아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지니까. 사실 그래도 괜찮다. 나쁠 건 없지. 다들 그렇게 사니까.

  

  아, 다들 그렇게 살지. 그래.

잠시 멍해졌다. 그래 뭐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싶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난 좀 다르고 싶어. 내가 날 좀 괴롭히더라도 말야. 가끔은 잘 안되긴 하지만. 또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용을 쓰고 살아봐야겠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 난 이대로 살진 않겠어. 

라는 마음이 저 밑에서 올라왔다.


터널에서 빠져나오긴 한 모양이다. 고마워. 또 용기내줘서, 또 해보기로 해줘서. 이런 말은 뭔가 좀 오글거리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고 감사하는 순간은 소중하다. 다시 뛰기 시작했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뛸 수 있을 것이다. 온통 나에게 쏟아지는 햇빛을 만끽하면서. 그리고 또 터널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터널은 좀 더 짧고 평안하기를.


** 요즘은 그냥 글 올리기에 큰 고민을 않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쓰고 다음날 새벽에 한 번 쓱 읽어보고 바로 발행합니다. 오래 고민하고 쓰는 글을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냥 당분간은 이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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