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율 May 13. 2022

맞고 온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말은?


“사실 0세 반은 상담할 게 별로 없어요.”     

한 학기 동안 기다려온 어린이집 상담.

등 하원 시간에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고,

나 역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에

육아와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자주 여쭤왔던 터라

특별히 '상담'할 만한 소재가 없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며칠 전, 불가피하게 키즈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키즈카페는 처음이라 뛰어다니며 놀다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됐지만

활발하면서도 겁이 많은 아들은

장난감 자동차가 모여있는 공간에 앉아 30여분 동안 꿈쩍하지 않았다.     

이왕 키즈카페에 왔으니 집에 없는 놀잇감을 가지고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다른 놀이공간으로 초대했다.

아들은 자동차를 내려놓고 재미있게 낚시놀이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와 놀이에 참여했다.     

그러다 아들보다 한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들 가까이로 오더니

손으로 가슴을 툭 하고 밀쳤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애들 싸움?!’     

바로 옆에 엄마로 보이는 분이 계시길래

선뜻 개입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     

“히힛”     

자기를 밀친 누나를 보며 애교를 부리며 웃는 아들.

여자아이는 그게 더 기분이 나빴던 걸까?

한번 더 손으로 아들의 가슴을 밀치더니

이윽고 손이 얼굴로 올라갔다.     

“어, 안돼! 친구 때리면 안 되지.”     

나는 반사적으로 여자아이의 손을 막았고,

아들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00아, 동생 때리면 안 돼.”     

아, 옆에 계시던 분이 엄마였구나.

엄마가 가만히 보고만 있던 거구나.

저 말투는 가르치는 어조라기보다

그냥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     

나름의 충격을 안고, 아이와 남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아이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자신의 딸이 다른 친구를,

그것도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세 차례나 공격하는데도 가만히 있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던 건 내 아들의 애교.     

평소에도 애교가 많은 아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곧 잘 웃어주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등 사교성이 좋다.

처음 어린이집을 갔을 때도

온갖 애교를 부리며 하루 만에

적응을 완료할 정도였다.     

그런데 맞고 나서도 웃으면서 대응한다고?

설마 바보는 아니겠지?

자기랑 놀자는 줄 알았나?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중

실수로 내 팔이 아이의 머리를 툭 치고 말았다.     

“아이고, 화창아 미안해. 괜찮아?”

“헤헷”     

어? 이 웃음.

키즈카페에서 봤던 그 웃음이었다.     

‘실수로 부딪혀서 사과를 하니 웃어주네?

그 누나가 실수로 그런 줄 알았나?

민망할까 봐 웃어준 건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웃음의 의미.

결국 다음날, 나보다 경험이 많은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선생님, 화창이가 자기를 때린 누나를 보고 웃으며 애교를 부리던데, 왜 그런 걸까요?”     

선생님도 한동안 생각하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창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왔을 때 했던 행동의 이유와 비슷할 것 같아요. 예전에 화창이가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지 선생님들에게 정말 잘 웃어주고,

애교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했었어요.

친구들이 장난감을 뺏어가도 그러려니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본인이 기분 좋을 때만 애교를 보여주고, 친구들에게도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아요. 이제야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 거죠.”     

결국 처음 본 누나가 자신을 밀쳤지만

아직 어려서 밀쳤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여 자신도 웃음으로 화답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저는 화창이가 맞고 다닐까 봐 걱정했어요.”

“화창이는 고집도 있고, 의사가 분명한 데다 확고하기까지 해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선생님과 십여 분간의 대화가 끝난 뒤,

나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드렸다.     

“그럼 그 상황에서 제가 화창이에게 어떤 말을 했어야 할까요?”

“어린이집에서는 ‘화창아, 친구가 때려서 아팠어?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야 해’라고 이야기해줘요. 어린이집에서 저희가 하는 일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가르치는 일이잖아요.

집에서도 똑같이 해주시면 돼요.”     

‘아!’     

순간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전하는 것.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에게 가장 당연한 것을 가르치면 되는 것이었다.

가장 당연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

아프면 아프다 이야기하고,

싫으면 싫다 이야기하는 것.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것.     

아이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엄마인 내가 먼저 실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는

그 후로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는 법을 연습 중이다.     

아이로 인해 오늘도 깨닫고, 배우고, 함께 자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