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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건 팔할이 후회다

by 단미

살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게 두어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후회하는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후회되는 것 한두 개쯤은 있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어쩌지 못해 안타까움을 안고 살기 마련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라든가 헤어진 연인을 붙잡지 못한 것이라든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릴걸 이라든가.


내가 후회하는 건 이런 일반적인 것보다 더 넓은 범위를 가진 후회다. 어떤 사건을 콕 짚어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후회된다고 말하기보다 삶 자체가 후회로 뒤덮여 있다고나 할까. 물론 ㄱ부터 ㅎ까지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다.


삶을 통틀어 '열심히'란 단어를 들이밀 구간이 없고 목표나 열정을 가져본 적 없이 밋밋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로 살아왔다. 나름 부지런을 떨고 있는 요즘에서야 '열심히'의 ㅇ 정도는 붙여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 이전의 나는 허송세월의 표본이었다.


몇년 전 종달새형 인간을 흉내내며 시간을 쪼개 최대한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려 종종거릴 때 내 후회는 최고조에 달했다. 왜 진작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던 걸까 하는 자책과 더불어 낭비한 지난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깊은 후회가 나아가려는 나를 한동안 붙잡았고 온통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었다.


다행이 후회의 수렁에 빠졌던 시간은 길지 않았고 후회라는 장애물을 건넌 나는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출발선에 새롭게 설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태껏 게을렀던 내가 마음먹은 걸 척척 해내는 그런 사람으로 순식간에 바뀐 건 아니었다. 그저 매일 후회하지만 그 후회를 내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갈 수 있는 정도로 바뀌었을 뿐. 그래도 그 느린 걸음은 꾸준하여 조금씩 더 빛나는 매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후회는 부정이라는 감정을 기초로 한다. 대부분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잘한 건 후회를 절실하게 겪었고, 거기에서 빠져나왔으며 스스로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점이다. 만족감으로 가득찬 삶을 사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후회는 한다. 성장하기 위해서 후회는 거쳐야하는 필수 과정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후회와 화해하려는 노력이며, 놓아주려는 마음이다.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 나를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을 치울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이다.


나는 오늘도 자잘한 후회를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일 나는 더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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