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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초보 작가

by 단미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저작권 관련 공모전을 시작으로 다른 공모전 두 개까지 연달아 응모하고 있다. 대부분 공모전은 응모 자격에 제한이 없으며 등단 문인이 제외되는 특이한 사항만 있다. 그러니 내 글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 하더라도 도전해볼 수는 있다. 누가 뭐라하겠는가. 단지 탈락이라는 가슴 아픈 결과가 나를 기다릴 뿐.


글쓰기와 글쓰기 강사를 생업으로 삼고 싶어 쓰기 연습을 하는 마당에 공모전에도 응모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여 시작했지만 이왕이면 수상해서 상금을 받으면 더 좋겠다. 글쓰기와 관련해서 아무 커리어가 없는 내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는 꺼리가 되며 상금을 받으면 글쓰기로 생업을 시작하는 셈이 되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그러니 공모전 글은 더 공들여 써야했고 그렇게 했다.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문장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며 구성을 바꾸고 쓸데없는 미사여구는 붙이지 않되 너무 건조하고 밋밋하지 않으려 퇴고도 열심히 하였다. 그렇게 마감 시간이 다 될때까지 붙들고 있다가 원고를 보내고 나면 아쉬우면서도 보람도 있었다. 그리고 0.1퍼센트 정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져보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응모를 하고 나면 요즘 감탄하며 읽고 있는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펴든다. 이 책은 장강명이라는 전직 기자이자 현직 소설가가 썼는데 여기저기서 이 분 글이 좋다길래 관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예스24에 연재한 칼럼을 묶은 단행본인데 칼럼 몇 개만 읽어봐도 벌써 왜 그렇게 유명하고 많이 언급되는지 알 수 있었다. 한 편당 1,800자 안팎으로 쓴 칼럼 안에 작가의 경험 뿐만 아니라 인용하는 책도 많고 매끄러운 흐름과 쑥쑥 읽히는 문장은 번번이 감탄하게 만든다. 한 마디로 글맛이 보통이 아니다.


문제는 이 책을 읽노라면 내 글이 그렇게 초라해질 수가 없다. 더이상 퇴고할래야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썼음에도 구성은 어설프며 문장은 재미가 없다. 그리고 그게 내 한계라는 더 큰 문제에 한숨이 나오며 재미있던 책이 괜히 원망스러워진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에 등단한지 십 년도 넘었으며 그 동안 받은 문학상도 세 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분과 이제 막 글쓰기 세계로 몇 걸음 뗀 나를 비교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당장에라도 쓰고픈 욕심과 십 년이 지난 때에도 이 정도로 글을 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주눅들게 만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글을 쓴 적이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쓴 건 당연히 아니고 우리 반에 애정이 가득했던 반장이 기념으로 문집을 내자며 글 한 편씩 내라고 강제해서 억지로 썼다. 마감날까지 들들 볶아대서 어쩔 수 없이 내긴 했는데, 마지못해 썼으니 글이 얼마나 형편없었을까. 문집이 나오고 나서 내 글을 읽은 동생이 웃음을 터뜨리며 "마무리가 왜 산으로 거는거야"라는 말에 나는 문집을 안 보이는 곳에 치워버렸다. 몇 년 후 책장 정리를 하다 문집을 발견하고는 내 글을 다시 읽어보는데 엉망진창으로 썼다는 기억과 달리 중간까지는 제법 볼 만 했다. 이걸 내가 썼다고? 싶을 정도였다. 동생 말처럼 산으로 간 마무리는 여전히 민망했지만.


글쓰기가 나와 다른 세상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데는 이 작은 기억이 자리한다. 글쓰기를 배워보지 않은 나지만 어렸을 때 쓴 글이 그리 형편없지만은 않았다는 만족감이 나와 글쓰기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거리를 좁혀주었다. 별 것도 아닌 그 일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딱히 재능이랄 순 없지만 시작은 해볼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느냐며.


나를 한숨쉬게 한 장강명 작가의 글은 공교롭게도 '소설가들의 직업병인 피해의식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시기심, 분노, 우울증 그리고 자기 파괴에 대한 이야기' 였다. 한국 작가들 뿐만 아니라 알베르 카뮈도 레이먼드 카버도 피해갈 수 없는,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그런 일이라면서 소설가들이 겪는 괴로움을 말한다. 얄궂게도 나는 이 글에서 위로를 받았다. 이름난 작가라 하더라도 자기 글이 언제나 만족스러울 수는 없구나,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을 대가들도 하는구나 라며.


그래서 나는 근심과 고민 속에 머물기 보다 이렇게 또 글을 쓴다. 글쓰기로 고민하는 초보 작가에게 이 글이 잠시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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