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댓글을 남겨주신 브런치 이웃작가님 글에 답방을 갔다. 이웃작가님은 내가 브런치 개설한지 얼마 안되어 뭐가 뭔지 잘 모를 때 우연히 본 글 하나로 구독한 분인데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글 사이사이 보이는 재치가 특기다. 그런 글솜씨가 부러워 먼저 구독을 했고 어찌어찌 서로 댓글로 간간이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됐다.
반가운 마음으로 답방을 가서 가장 위에 올라와있는 글을 보니 기시감이란 소재로 시작해서 표절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어라, 이거 혹시?
그랬다. 그 글은 브런치에서 주최한 저작권 관련 공모전에 응모한 작품으로 글 맨 아래 브런치공모전x저작권위원회라는 키워드를 넣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님 글은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표절 재판을 사례로 들어 흥미를 더 했고, 시작과 끝은 기시감으로 마무리한 매끄러운 연결을 보여주었다. 물론 작가님 특유의 재치도 담겨있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직감했다. 난 이번 공모전에서도 떨어지겠다는걸.
사실 브런치 저작권 관련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을 다 쓰고나서 기대는 갖고 있었다. 큰 기대는 아니고 개미 한 마리 정도 크기 만큼? 떨어지길 바라고 글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나는 가질 수 있는 기대를 최소한으로 줄였을 뿐이지만 이웃작가님 글을 읽고나서는 그마저도 깔끔하게 버렸다.
이웃작가님 글은 내 글보다 훨씬 괜찮았고, 그 글과 내 글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좋은 글이 있을지 생각하면 수상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나는 나의 포기를 알리며(?) 이웃작가님의 수상을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다. 진심을 담은 포기였다. 이번 공모전에 개미 반 마리만큼도 기대할 수 가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혹시 이웃작가님이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일이 현실이 되면 샘이 날까? 그건 확실히 아니다. 나는 온 마음을 담아 축하를 남길 것이다. 고작 습작 수준의 글을 쓰면서 대상을 바랄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다. 지금 내 글쓰기가 습작 수준을 벗어나고 싶지만 다음 걸음을 어디에 어느 방향으로 내딛어야할 지 몰라 오래 서성거리는 중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련이 한참 필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욕심내는 건 언감생심이다.
나보다 잘 쓴 글을 보면 부러울 지언정 질투는 나지 않는다. 내 글쓰기 실력을 얼른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내가 이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질투가 의미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가 상대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글은 오롯이 내 글로써만 평가된다. 다른 글에 비해 구성이 좋다거나 또다른 글에 비해 문체가 아름답고 하는 그런 비교는 하지 않는다. 그저 내 글이 좋으면 된다. 그 뿐이다. 그러니 잘 쓴 글을 보면 기꺼이 칭찬해줘도 된다. 그런다고 그 글이 더 빛나거나 내 글이 더 초라해지지 않는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을 때 일본은 의외로 축하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못 받은 상을 한국에서 받았다며 언짢은 기색도 조금 있었으나 그것보다 동양에서 그것도 여성으로서 처음 받는 상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축하를 했다. 그렇게 함께 축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세계가 글쓰기다.
좋은 글, 멋진 글은 모두 다 내게 선생님이다. 오늘도 나는 내 브런치에 방문해준 많은 선생님에게 답방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