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지 못하는 핑계는 여러 가지다.
가장 만만하게 불러올 수 있는 말은 단연코 "시간이 없어서"다. 시간이 없어도 밥은 먹고 유튜브도 하고 주식도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글 쓸 시간만 없다. 24시간 중에 언제나 글 쓸 시간만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현실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잘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아무도 잘 쓰길 바라지 않고 요구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 가진 부담이다. "책을 잘 읽어야지"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글은 잘 써야한다는 기준을 나도 모르게 갖게 된다. 그건 아마도 공개된 공간에 쓰기 때문이 아닐까. 일기장에 쓴다고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마구 써내려갈텐데 말이다.
브런치에 쓴다고 생각하는 순간 독자를 끌어들일 만한 글감과 그럴 듯한 구조를 갖춘 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결론에 이르러야한다는 계산부터 하게 된다.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이 어설픈 강박을 떨쳐내고 싶지만 내 마음과 다르게 무의식이 먼저 작동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로는 쓰고 싶은 글은 있지만 생각 정리가 되지 않아서다. 나는 내향성이 강해서 혼자 시간을 갖는게 좋은 사람이고, 혼자 있을 때면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굴러 다닌다.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인간관계, 자아실현과 기후변화까지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은 기본이다. 거기에 중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공룡들이 사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았을까, 전쟁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굶주림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 세상만물을 향한 호기심까지 더해져 머리는 늘 꽉 차있다.
유튜브로 호기심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해야 머리가 가벼워진다. 그런데 글로 풀어가기엔 지식은 부족하고 글솜씨는 빈약하여 주저하다보면 쓰지 않고 사는 공백은 점점 커진다.
한 달 넘게 글을 쓰지 않고 있으니 브런치에서 알람을 보낸다. 글 쓰기는 운동과 같으며 어쩌고 저쩌고... 나도 안다. 매일 쓰면 그만큼 글솜씨도 나아질거라는 걸. 그렇지만 선뜻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언제나 글 쓸 시간은 없고 괜찮은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래서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본다. 다섯 줄 짜리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자고. 아무말 대잔치면 어떠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던져버리고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테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일기장에 쓸 법한 이야기지만 끄적거려본다. 일단 썼으니 한동안 브런치로부터 알람 오는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