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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길만 걸으세요

<눈물아 달려라> 감상문

by 단미

두 번은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사람 가득한 전철에서 차마 훌쩍거릴 수 없어 책을 덮은 뒤,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 이어 읽기를 여러 번. 책 한 장 한 장마다 배어있는 삶의 고달픔이 덤덤한 듯 쓰여있지만 실상은 너무나 절절해서 마음을 추스리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 감자로 끼니를 때우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집이 있고, 부모의 경제력이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사회의 부조리를 어린 나이에 깨달아버린 삶. 글쓰기와 미술에 재능이 있고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근성도 있지만 그녀가 꽃필 수 있는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삶.


누군가 그랬다. 사람의 일생은 불행하지만 순간순간의 행복으로 사는 것이라고. 긴 세월 늘 서럽고 아팠던 그녀의 삶 사이사이에 삶을 버티게 해줄 순간의 행복이 있긴 했을까.


‘눈알이 빠지도록 책을 빌려다 읽고,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글을 써댄’ 노력의 결과로 문예/문학 공모전에서 200회 이상 당선된 어마어마한 저자의 이력을 보자니 그녀의 꿈은 작가였을까 궁금해진다. 저자에게 삶의 고단함을 쉬어가게 해줄 수 있었던 것 또한 바로 글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그녀의 삶에 이입되어 연신 눈물을 흘리다가도 정신차리고 읽으면 글맛에 취한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걸 보니 여러 쪽에 걸쳐 소개된 공모전 수상 이력이 나올만하구나…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하였다고 생각하면서도 독서량과 글쓰기 연습은 신통치 않은 내가 초라해보이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트레스 가득한 업무 대신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보고자 생활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독후감 공모의 최우수상 상금이 백만원이란 금액에 눈이 휘둥그레 달려든 내 마음이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티슈로 눈물을 닦아내는 마당에 상금이 무어라고…


이제는 그저 고달픈 삶을 잘 견디어오셨다고, 모진 삶을 꿋꿋하게 잘 살아오셨다고 조용한 응원과 위로를 드리고 싶다. 더는 가시밭길이 아닌 고운 꽃들이 가득한 꽃길을 다정한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거닐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표지_눈물아달려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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