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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기다리기보다 기회를 만들자

by 단미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이 검은 바지를 입고 있으면 내 재능에 비해 돈이 늘어나고, 하얀 바지를 입고 있으면 반대로 재능과 상관없이 내 돈이 줄어든다고 하자. 어떤 바지를 입은 사람을 만나게 될 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런 조건으로 40년을 산다면 내 계좌는 어떻게 될까?


알렉산드로 플루키노라는 물리학자가 이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실험은 "재능 vs 행운 : 성공에 우연이 얼마나 개입할까?" 라는 독특한 생각에서 출발하였는데 결과가 의외였다. 놀랍게도 "대부분"은 "매우" 가난해졌고 소수만이 수천 배 이상 돈을 벌었던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돈을 번 소수가 모두 재능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플루키노 교수가 한 이 실험은 재능이 성공(이 실험에 따르면 부자가 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 실험 조건에서 보듯이 내가 누구를 만날지, 즉 행운을 안겨주는 사람을 만날지 불운을 던져주는 사람을 만날지는 재능으로 통제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성공과 운의 관계를 말하는 또다른 책을 읽었는데,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럭키>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블로그로 월 천만원을 "누구나"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고 알아볼 때였다. 그러니 <럭키> 같은 책을 읽으면 운을 끌어당기는 마법같은 걸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소망을 안고 읽었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마법은 없었다.


<럭키> 저자 김도윤이 성공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운이 좋았어요'라고. 성공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그 운이란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어떻게 운을 가까이할 수 있는지 파헤친 책이 <럭키>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한 그 '운'이 진짜 운일까? 나는 플루키노 교수의 실험을 읽고 이 책을 다시 펴보았다. "운이 들어오는 네 가지 경로"라는 부분에 연필로 별표를 해둔 부분이 펼쳐졌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저자가 말하는 네 가지 전부을 운이라는 테두리 안에 넣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네 가지 중 '유전'과 '시대'는 운의 영역에 들어가기에 충분하다. 모두 내 의지와 전혀 상관이 없고 세상이 나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유한 나라에서 머리 좋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면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또 다른 두 가지인 '인간관계'와 '노력'은 운보다 기회라는 영역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좋은 관계를 맺는 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무언가에 노력을 기울일 때 생기는 건 더 많은 운이 아니라 더 좋은 기회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건 운이다. 마침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 역시 운이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작가 승인을 받은 건 자신의 노력이고, 브런치 시스템을 이용하여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내 글을 본다는 건 또다른 기회를 향한 길이다.


사실 플루키노 교수가 운과 재능 연구를 통해 진짜 전하려던 메시지는 따로 있다. 하얀 바지와 검정 바지 입은 사람 중 누굴 만날지는 모르지만 행운을 가져다줄 검정 바지 입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다는 것.


운과 기회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자리하지만 그 둘이 교집합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그러다보면 더 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좋은 예로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게 되는 그런 것?


그러니 브런치 작가님들이 이 곳에 글을 쓸 수 있는 운을 최대한 활용하여 근사한 기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운과 기회가 서로 작용하여 출간 제의가 들어오는 봄날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행운을 얻으려면 가능한 한 많은 기회에 도전해봐야 한다. 이것이 성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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