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사람 옆에 글쓰는 사람

by 단미

그 분은 나보다 블로그를 먼저 시작하셨다. 5년 정도 되셨다고 하니 나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신 듯하다. 그 때는 그 분도 나도 삶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였고, 그 첫걸음을 내딛은 곳이 블로그였다.


물론 블로그로 수익화를 내길 희망하였다는 점도 있었다. 그러려면 돈이 되는 글을 써야했는데 관광지에 사시는 그 분은 지역 명소 소개를 블로그 주제로 삼았고 딱히 할 게 없던 나는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책읽기를 골랐다. 그렇게 우리는 블로그를 함께 쓰기 시작했고 쓴 글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다.


블로그는 정보성 글을 쓰는 매체라서 글솜씨가 크게 필요치 않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말을 할 수 있고 타이핑을 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는게 블로그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1일 1포스팅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중도 하차한다. 일정하게 꾸준히 올리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았으면서도 블로그 주제로 삼아 버린 탓에 허둥거리고 어설펐던 나와 달리 그 분은 직접 찍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적절한 글자수를 채워 꾸준히 포스팅을 하셨다. 성실한 그 분과 게으른 나는 우연하게도 에세이 쓰기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됐고 브런치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은 글쓰기’라는 공통된 고민을 가진 우리는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만났다. 나는 매력적인 구조 만들기에 좀더 관심이 있었고 그런 종류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분은 문체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기억하기로 김훈 소설을 뜯어보는 중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드문드문 글을 쓰던 나와 달리 그 분은 꾸준히 글을 썼고, 새해가 되자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린 에세이를 공유해주셨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태까지 보아온 글과 너무도 다른, 흡입력있고 아름다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이삼일 후 최근의 경험을 다룬 에세이를 또다시 공유해주셨는데 그 글을 읽고 나니 이젠 나와 급이 다른 분이 되셨다는 걸 실감했다.


사실 우리가 처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글쓰기 실력이 고만고만했다. 그러기에 비슷한 고민을 나누었고 응원을 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 사람은 애쓴 만큼 얼마나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지 그 분은 글로 증명해보였다. 가끔 쓰는 글로 만족하던 내게 그 결과는 부럽고 또 부러운 차이였다. 한편으론 노력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이런 글쓰기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글 한 편 쓰게 만드니 말이다.


올해에는 그 분께 출판사에서 연락이 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아름다운 글이 잘 엮여서 고운 책으로 나오면 나도 근사한 글감 하나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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