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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5. 2023

“그냥 한다”라는 건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


스트레칭 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한 대답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식 웃으며 말한 것으로 보아 ‘오늘도 최선을 다해야지’ 이런 모범 답안을 기대한 것이냐, 그런거 없다 라는 마음이 엿보이는 듯 했다.


어느 방송에서 이 장면이 소개된 이후 김연아 선수가 한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라는 말은 명언이라며 김연아 선수의 어록 중 하나로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몇 년 전쯤 유튜브에서 김연아 선수 관련 영상을 보다가 해당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시기의 나는 먹고사니즘과 자기계발로 생각이 많을 때라 동기부여에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봤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 선수로 활동하기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메달을 따기까지 어마어마한 노력과 멘탈 관리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김연아 선수의 영상은 언제나 좋은 자극제였다. 메달을 땄는지와 상관없이 경기에는 감동이 담겨 있고 훈련 과정을 취재한 영상에는 혹독한 연습 속에 고됨과 눈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연아 선수의 영상을 연이어 보던 중 문제의 두 문장이 내게 훅 들어왔다.


그냥 하는거라고?


순간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깨달음과 ‘고작 이런거라고?’라는 어이없이 동시에 느껴졌다. 왜냐하면 이때까지 뭔가를 열심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선 시작 전에 대단한 마음을 먹어야 하는는 줄 알았다. 그 마음을 먹지 못해 늘 시작을 못하고, 미루기만 했는데.


아니 어쩌면 그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그것부터 몰랐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니. ‘그냥 하는 것’이라니.


이 말의 뜻을 내가 인지 했기 때문일까. 이후로 ‘그냥 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고 들렸다. 그리고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조금 익숙해질 무렵 ‘그냥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주 약간 알게 되었다.


10월의 목표는 브런치에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고, 조금 먼 목표로는 글쓰기 강사가 되는 것이라 오늘부터 매일 글 한 편씩 써보자고 마음 먹었다. 브런치에 한 달치 글이 쌓여있고 내용이 그럭저럭 괜찮으면 데뷔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매일 글 한편이 어찌 그리 뚝딱 나오랴. 쓰다 만 글도 이미 여러 편 있고, 한 편의 글 쓰는데 서너 시간씩 걸리는 내가 매일 글 한 편이라니.


게다가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렇지만 걱정만 한다고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걱정할 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몸으로 체험했던 ‘그냥 하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글 한 편 완성하기로 마음은 먹었으나 어떤 글을 써야할지 몰라 식탁 의자에 앉아 밍기적거리며 한 시간을 날리고난 뒤 아무 글이라도 그냥 써보자며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간 것이다. 몸을 움직여 일단 카페로 오긴 했는데 도대체 무슨 글을 써야하나 고민이 시작된다. 글감이 생각나질 않아 필영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몇 개 보다보니 지금 글쓰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을 남겨야겠다 싶다. 글감이 떠오른 순간이다. 무엇을 쓸까 고민했지만 노트북을 덮지 않고 그냥 하다보니 뭐라도 남기게된 이 상황을.


고민만 하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한다. 김연아 선수가 그냥 했듯이.


잘 되지 않을 땐 너무 잘하려 애쓰지말고 그냥 하자.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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