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Oct 18. 2024

고생했어 우리들

마지막 인쇄 마감 후 반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인쇄 마감.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잠시 출근을 하고 있다. 정직원들과 섞여있자니 한때 이 회사 정직원이었을 때가 때때로 떠오른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 길고 잦은 야근이 일상이었고, 더불어 나는 낯선 업무와 회사 분위기, 어정쩡한 직급 등 여러 힘든 일을 매일 견뎌야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체력은 날로 떨어지고 웃을 일 없는 업무에 영혼은 그늘졌다.



그럼에도 나는 평정심을 유지해야했을까.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해도 여전히 자신이 없다. 나는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며 '을'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불합리와 부당함에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이 지나 나른한 오후, 농담 따먹기를 하며 까르르 웃는 회사 직원들을 보니 예전 나보다는 즐거워보여 마음이 편하다. 나도 함께 웃으며 일할 수 있으니까.



나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세 명도 인상 찌푸린 적이 없이 언제나 밝은 표정이다. 야근을 번갈아가며 하니 체력이 고갈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게 가장 큰 요인이리라 짐작해본다. 예의도 바르고 협조도 잘해준다. 디자이너가 힘들지 않을 수 있는 일정 위주로 조율해주고, 큰 실수에도 비난 대신 에둘러 말하는 내 맘을 알아주기라도 한걸까.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나도 고생하지 않았다. 



언젠가 디자이너들에게 간식을 사다주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돌아온 대답. 



'지금도 충분히 잘 도와주고 계세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이젠 나도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때가 된걸까.



내일 하루면 이년 동안 해온 긴 프로젝트가 끝난다. 디자이너들에게 맛있는 점심으로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을 노력과 고생에 위로해주려고 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온 나에게는 축하를 건네는 자리가 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