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 전, 산업이 막 성장하던 시절 안전이란 말은 언제나 사고와 함께 떠올랐다.
“왜 이런 사고가 났는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안전은 늘 사건의 뒷자리에 나타났다.
오래전 업계에서 보고 배운 첫 교훈을 기억했다.
"모든 안전 수칙의 역사는 피로 쓰인다"
예로 엔진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매뉴얼은 두꺼워지고, 체크리스트는 길어졌다. 원인은 제거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통제하는 것. 그것이 곧 안전의 본질이라 여겨졌다. 이것이 바로 Safety-I이었다.
“안전이란 사고를 줄이는 것.”
실패를 막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 안전은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아무리 절차를 늘려도, 사람들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과 실패를 막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왜 수많은 성공이 가능한지는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오늘날 우리는 다른 답을 찾고 있었다. Safety-II라는 새로운 관점.
이제 안전은 단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소극적 정의를 넘어선다.
대신 묻는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성공을 매일 만들어내고 있는가?”
비행기가 수천 번의 이착륙 속에서도 무사히 목적지에 닿는 이유,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음에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이유, 그리고 수백만 개의 전기가 흐르며도 정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그 속에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사람의 유연함과 시스템의 회복력, 그리고 상황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아내는 조직의 힘이 숨어 있다.
Safety-II는 말한다.
“안전은 실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성공을 이해하고 키우는 것이다.”
과거 두꺼운 ‘사고 조사서’ 내용으로는, 반복되는 규정 개정, 책임자 문책들과 모든 안전의 정의는 사고 이후의 조치로만 기록되어 있었다. 기업들은 안전팀을 비용 부서로만 바라봤다.
“사고만 막아주면 된다. 비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은 그저 그림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일부 선도적인 기업들은 Safety-II의 철학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기록하고, 매일의 성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석하며, 실패를 줄이는 노력(Safety-I)과 성공을 확장하는 노력(Safety-II)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경영 전략의 중심으로 안전을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Safety-II는 단순히 “사고를 줄인다”는 안전 개념이 아니라, 매일 이루어지는 성공적인 수행을 이해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를 적용하려면 시작 지점(Where)과 접근 방법(How)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
(1) 운영 현장(Operational Frontline)
비행기의 조종석, 병원의 수술실, 제조 라인의 작업장처럼 실제로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Safety-II는 규정 문서 속에 있지 않고, 사람들이 매일 위기와 변수를 해결하며 만들어내는 성공 속에 있다.
(2) 데이터와 기록
사고 보고서만 보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나지 않은 수많은 성공 사례’를 기록해야 한다.
예: 항공사에서 정상 운항 보고서, 의료 기관에서 성공적 치료 프로세스, IT 서비스의 무중단 운영 로그 등.
(3) 의사결정 레벨
Safety-II는 단순히 작업자 책임으로 끝나면 안 된다.
경영진이 이를 전략적 의사결정 요소로 받아들이는 순간, 안전은 비용에서 이익으로 바뀐다.
(1) 성공에서 배우기 (Learning from Success)
Safety-I: “왜 사고가 났는가?”
Safety-II: “왜 대부분은 성공했는가?”
기업은 사고조사 위주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조직 학습으로 확장해야 한다.
(2) 인간의 유연성을 자산으로 보기
과거엔 “인간은 오류의 원인”이라 했지만, Safety-II는 “인간은 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자”로 본다
예: 생산 라인에서 설비 오류가 났을 때, 작업자가 즉각적 임기응변으로 흐름을 유지했다면 → 이 사례를 기록하고 표준화해 시스템 개선에 반영.
(3) Resilience(회복탄력성) 구축
Safety-II는 ‘완벽한 무오류 시스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문제가 생겨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설계한다.
예: IT 기업 → 시스템 장애를 완전히 막기보다, 장애 발생 시 5분 내 복구 가능하도록 설계.
(4) 안전 지표의 전환
Safety-I: “사고 건수 0건”
Safety-II: “정상 운영 성공률 99.9%”
지표를 ‘실패 감소’에서 ‘성공 유지와 확장’으로 바꿔야 한다.
(5) 안전 문화를 경영 전략으로 통합
Safety-II는 안전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인사, 재무, 전략팀까지 포함해 “안전이 곧 기업 가치”라는 문화를 퍼뜨려야 한다.
안전은 단순한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혁신의 토양이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실패를 통해 학습하며, 더 큰 성공을 설계하는 조직.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창조의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Resilience Engineering(회복탄력적 공학)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기업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안전 문화(Safety Culture)를 진정으로 받아들인 기업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비용 절감 – 사고가 줄면 보상금, 보험료, 생산 중단 비용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생산성 향상 – 직원들이 안전을 신뢰할 때, 불안감 대신 몰입이 생기고, 이는 효율과 품질로 이어진다.
브랜드와 신뢰 –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은 사회적 신뢰를 얻는다. 이는 단순한 평판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 – Safety-II의 철학을 내재화한 조직은 위기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를 통해 학습하고, 회복하며, 성장한다.
매년 다이어리 가장 마지막장 노트에는 이렇게 적어둔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안전은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Safety-I이 방패라면, Safety-II는 나침반이다.”
어쩌면 미래의 기업은, 안전을 가장 아름다운 경쟁력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