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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의 세상 Jan 22. 2024

독감 #2 <디퍼런트>를 읽고

[책을 읽으며 홀로 남기 글, 독감], 그리고 3개의 광


"Think different"

애플의 슬로건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까지 이 슬로건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실제로 이 슬로건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정신의 시초는 맥킨토시 광고가 1984년 세상에 나타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오웰의 소설의 한 정면을 연상시키는 통제화된 세상에

단 한 명만이 뛰어 들어와 거대한 모니터를 부수고

그 위로 당당히 새겨넣은 문구다.


앞으로의 애플은 완전히 달라지리라는 하나의 선언이었다.



< 1983, Apple : 연출은 무려 그 유명한 리들리 스콧이 맡았다>




" Here's the crazy ones"

내가 좋아하는 애플의 Crazy One 광고에

비로소 Think Different는 등장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네모난 세상에 맞지 않는 사람들.

세상이 정해 놓은 틀을 바꾸는 사람들.

우리가 그들을 따를 수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 생전 스티브 잡스의 육성이 우리를 더욱 감동스럽게 한다>





두 캠페인을 요약하자면

우린 달라야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왜 달라야 한다는 것은, 미쳐야 한다고 말할까.


왜 미치지 않고서는

달라질 수 없는 것일까.


그건 분명, 달라지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기에

미칠 정도의 용기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세상에 누구보다 잘 하는 것은

비교적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


상대와 경쟁하고, 부족한 점을 메우고,

꾸준히 부단히 나를 발전시켜나가는 일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일이다.

이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우린 이걸 Better one

더 나은 것이 되는 과정이라 부른다.


하지만, 누구와 달라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에게 없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에 없던 룰을 내놓아야 한다.

어제에 없던 내가 되는 일이다.


이를 우리는 Only One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은 매우 어렵다.


대학생 때 한참 마케팅과 광고 관련 서적을 뒤적일 때

교과서처럼 읽었던 <마케팅 불변의 법칙>(알 리스 & 잭 트라우트 저)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인식의 사다리 속에서 1등을 따라잡는 추종자가 되는 것보단

새로운 사다리를 만들어 거기의 최초가 되는 것이

100배 더 쉬우면서 혁신적인, 영원한 경쟁력이 된다고 말이다.


그 이후로 나의 브랜딩, 마케팅, 광고의 모든 지향점은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가?였다.

아니 그랬었다.


실무에 찌들기 전까진 말이다.



이번 책 <디퍼런트>는 잊고 있었던 나의 감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든다.


꼴에 마케터 혹은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실무 필드에서 일하면서도

자꾸만 남들보다 무엇이 나은지

어떤 하나라도 더 잘난 게 무엇인지

얼마나 더 싸게 줄 수 있는지

얼마나 우리가 가성비가 있는지


실무라는 핑계로 어쩌면

우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생각 밖에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새로운 사다리를 찾는 일이

그 안에는 사실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유난히 우린 어릴 적부터

줄을 벗어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배워왔다.


앞으로 나란히 살아온 탓일까

줄에서 벗어나 나만의 줄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 한다.



혹시나 맡은 프로젝트가 잘못 될 까봐

내가 책임지게 될 까봐

우린 오늘도 무난히

남들이 만들어놓은 룰을 따르고 싶어진다.


<디퍼런트>에서 가장 나를 뼈아프게 했던 대목은

"시장은 결국 평준화된다"는 점이었다.


우리 모두는 남들에게 뒤쳐질까 두려워

우리의 장점보단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시장에 남은 경쟁자들은

각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딘가 비슷한 이야기 아닌가?

비단 시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광고인이었고,

마케터였던 나 역시도


남들 눈에 띄거나,

내가 시도한 것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엉뚱한 대답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고

판을 흔드는 시각으로 시장을 뒤집어 놓고

전에 없던 시도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설마 했던 일을, 말도 안된다는 일을

기어코 해내는 일.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우리의 장점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단점으로 치부하진 않았는지

우린 돌아봐야 한다.


<디퍼런트>를 완독하며

나는 여러 광고 캠페인이 떠올랐지만

마지막에 떠오른 한 마디는


디젤의 Go with the flaw였다.

영문 속담인 Go with thr flow(흘러가는대로 가) 문구를

살짝 뒤집어 flaw(결점, 결함)로 바꾸었다


즉, 세상이 시키는대로

흐름대로 단점을 메꾸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해야할 일은

내가 나 스스로일 수 있는,

남들과 전혀 다른 나로 존재하는 방법은

나의 단점도 다름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나의 결함도

나의 정체성이자 남들이 갖지 못한

단 하나의 디퍼런트를 완성하는 것.


결국엔 3개의 캠페인과

이 한 권의 책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세상에 온리 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디퍼런트>야 말로

마케터만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스스로의 나다움을 찾는 모두가

읽어내야 하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세상이라는 시장에서

직장이라는 체계 속에서

고과라는 경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나다워질 수 있는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얽매이지 않고

퇴색되지 않고


오늘,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오늘 우리는 얼마나 나다워졌는가.

우리 모두 각자의 생각으로

달라져보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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