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사고와 알고리즘

179명의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by 쪼의 세상

알고리즘은 바보다


나의 관심사를 알고 추천해준다지만,
이번 만큼은 틀림 없는 바보다.


지난 주말 아침,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충격적인 항공 사고를 보고 마음 아파한 우리들.


우리들의 SNS 피드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추모의 마음을 보낸다.


누군가는 직접 김밥을 사서 공항으로 달려가고,
누군가는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추모한다.
누군가는 국화꽃 사진으로 추모한다.


알고리즘은 바보다.
사람들이 추모하는 사이를 비집고,

먼 나라의 항공 사고 사진을 보여준다.
3D 모형을 한 항공 사고 영상을 보여준다.

바보다.


내가 단지 항공 관련 뉴스를 찾아보았다는 이유로,
이 바보 같은 알고리즘은 나에게
"이런 영상은 어때요?" 하며 항공 관련 영상을 추천한다.


사람들은 추모할 때,
알고리즘은 추적한다.


나의 관심사는 이것이 아니냐고.

지금 나의 관심사는 아픔이다.
나의 관심사는 슬픔이다.
나의 관심사는 부서진 유가족의 마음이다.
나의 관심사는 이 거대한 재앙에 나약한 우리들이다.


나의 관심사는,
가슴 아픈 이 시기를 견디는 우리들의 연대다.


겁도 없이 추모하는 마음을 가진 우리들의 피드에,
알고리즘은 "이런 영상 어때요? 저런 영상 어때요?"라며 보여준다.


평소 잠들지 못할 때,
가끔은 일상이 지루할 때,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도파민에 의존했던
나의 마음과 뇌를 원망한다.


알고리즘에게도 추모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슬픔에 잠긴 이 마음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먼 미래에 마음 좋은 개발자가 그런 기능까지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의 피드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는 것.

이 거대한 슬픔 속에서 우리는 다시 뭉쳐서
작은 마음이나마 추모할 수 있다는 것.

바보 같고 허망한 연말이 지나간다.


부디,
무안 공항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희생자와
사랑하는 모든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0a75a52a0834e979d3364a00cc9b48c.jpg


작가의 이전글쉰다는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