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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Feb 16. 2017

메모 : 한국의 인디음악씬에 필요한 '보조도구'에 대해

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클럽 빵에서 열린 "함께 하는 홍대앞 인디음악씬 토론회"에서 발제하게 되어 적은 메모를 옮긴다. 확정된 생각들이라기 보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떠오르는 인스턴트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 기록 및 보관용도.


한국의 인디음악씬에 필요한 '보조도구'에 대해


단편선 (음악가)


1. 음악은 비지니스의 영역인가? 자유로운 예술적 실천의 영역인가?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혼재 되어있음.

- 두 가지 성격 모두 가지고 있으나, 맥락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짐.

- 인디 내에서도 주체들마다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음.

- 인디음악씬을 일종의 '생태계'로 보자는 가설을 수용할 경우, 인디음악씬에 대한 접근에선 기본적으론 후자가 더욱 중요.


2. '보조도구'란?

- 음악의 가장 직접적인 생산의 주체는 음악가.

- 재능있는 음악가는 선천적 재능과 본인이 가용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체적 노력이 수반되어졌을 때 탄생.

- 선천적 재능과 주체적 노력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

- 인프라는 개인적 인프라와 사회적 또는 공공적 인프라로 구분. 사회적 또는 공공적 인프라는 사회환경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실천을 통해 변화해나갈 수 있음.


3. '인디음악씬'이라는 생태계의 주체들

'인디음악씬'이라는 생태계의 주체들을 각자 포지션에 따라 일곱 군─음악가(musician), 레이블과 유통사(label & contributor), 공연장소(venue), 공연기획자(organizer), 기술자(engineer), 리스너(listner), 협업자(cooperator)─으로 분류하겠다. 개별군 내의 세세한 분류에 대해선 이하 서술.


a) 음악가(musician)

초심자 → 초보 음악가 → 비지니스 프렌들리 음악가

                            → 자유로운 영혼 음악가


b) 레이블과 유통사(label & contributor)

비지니스 프렌들리 레이블 / 자유로운 영혼 레이블 / 유통사


c) 공연장소(venue)

소규모 공연장 / 중규모 공연장 / 대규모 공연장 / 공연장이 아닌 공연공간 / 길거리


d) 공연기획자(organizer)

초심자 → 비지니스 프렌들리 공연기획자

         → 자유로운 영혼 공연기획자


e) 기술자(engineer)

초심자 → 공연장 엔지니어

         → 믹싱 엔지니어

         → 마스터링 엔지니어


f) 리스너(listner)

소프트 리스너 → 헤비 리스너

                  → 팬덤


g) 협업자(cooperator)

디자이너 / 비디오 아티스트 / 칼럼니스트 & 기자 / 행정기관


4. 도구들 : 모두를 위한 개입


이 파트에서는 '인디음악씬'이라는 생태계의 구성원 모두 혹은 일부를 위해 가능한 개입을 정리한다.

세 갈래의 분류 아래 여덟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a) 초심자를 위한 기초적 교육 시스템 마련

-1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 발간

-2 상호부조에 기반한 기초적 교육 시스템 마련


b) 비지니스 관계에서의 합리적 기준 제시 및 구축*

-1 표준계약서 활용 촉구 운동

-2 계약에 대한 가이드북 발간

-3 저작권법에 대한 교육

-4 소규모 공연장의 투명한 분배기준 공개


c) 공적기금의 합리적 / 효율적 / 대안적 분배 촉구

-1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음악 전문 매체 개발

-2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 레이블의 인적 인프라 지원


아래는 개별 아이디어에 대한 세부 설명이다.*


* b) 비지니스 관계에서의 합리적 기준 제시 및 구축에 관한 세부 설명은 생략한다. 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이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a) 초심자를 위한 기초적 교육 시스템 마련


-1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 발간


- 초심자의 이슈는 음악적 / 기술적 성장과 기초적 정보습득이다.

- 중견 음악가, 공연기획자, 기술자를 주축으로 그 외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가이드북을 오프라인 / 온라인으로 발간한다.

- 서술은 초심자 단계에서 중견 단계까지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 일반론에 입각해 기술하되, 인디음악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한다. 충분히 반영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기술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뜻한다.

- 일반론에서 벗어난 특수한 개별 사례들도 충분히 다루도록 한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스탠다드로 상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과 동등한 비중으로 다룬다.

- 1회 발간에 그치지 않고, 2~3년에 한번 씩 업데이트해 재발간 한다.


-2 상호부조에 기반한 기초적 교육 시스템 마련


- 초심자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중견 집단들은 이에 응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 전문적인 교육은 아카데미 내에서 혹은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또는 공공적 인프라를 통해 제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교육의 형태는 세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기초적 교육 프로그램. 또 하나는, 중견 집단들의 경험 공유. 마지막으로 중견 집단들이 타 집단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일을 진행할 때 필요하거나 자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과 관련된 일을 DIY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지식 교육.

- 중견 집단들의 경험 공유는 Ted X 같은 프로그램을 참조, 초심자와 더불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리스너와 교양을 쌓고 싶어하는 일반인들 등에게 폭넓게 소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중견 집단들에 대한 기초교육은 예를 들어, "음악가를 위한 포스터 디자인 4주 완성"과 같은 형태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를 예술인 복지재단 등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c) 공적기금의 합리적 / 효율적 / 대안적 분배 촉구


-1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음악 전문 매체 개발


- 현재 한국에는 적은 수의 온라인 음악 전문 매체가 존재하며, 그보다 더 적은 수의 오프라인 음악 전문 매체가 존재한다.

- 콤팩트한 구성 / 용이한 휴대 / 두껍지 않을 것 /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 / 무가지 / 주요 스팟에 비치 / 최소한 1달에 2번 정도로 자주 발간될 것 / 훌륭한 디자인 / 오프라인에 기반해 온라인을 프로모션 채널로 이용할 것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매체가 필요하다.

- 생태계의 주체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젊은 주체들과 권위있는 주체들이 함께 편집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2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 레이블의 인적 인프라 지원*


*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지대(rent) 상승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파트에서는 이에 대한 솔루션을 서술하지 않는다. 이것은 범주를 넘어서는 실천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기술자는 근무특성 상 적정한 임금을 지급받기 힘들다. 이는 기술자가 장기적인 비젼을 가지고 공연장에서 일을 하거나, 일에 집중하기를 방해한다.

- 소규모 공연장은 특히 초보 음악가와 자유로운 영혼 음악가들의 창작물 발표공간으로 오랫동안 기능해왔으나, 장비 노후화와 전문성 부족, 합리적인 분배기준의 미비, 기획력 부족, 지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점차 사장되고 있는 추세다.

-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기술자에 대한 임금 보조, 초심자가 기술자에게 교육을 받으며 장기적으로 기술 인력풀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초심자에서 중견 단계로 넘어가려는 공연기획자들이 소규모 및 중규모 공연장에서 일을 배우며 공연기획자로서의 커리어를 쌓는 한편, 기획력 부족을 해소하려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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