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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Feb 24. 2017

김광석은 기타를 잘 친다

제2회 초원백일장 "나의 광석, 김광석을 기리며" 동상 수상작

* 초원서점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음악전문서점이다. 페이스북을 보다 서점에서 가수 김광석을 주제로 백일장을 연다는 소식을 접해,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며 응모했다. 막상 응모마감일이 되어서야 쓰기 시작해 퇴고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어 써서 보냈다. 운좋게 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읽어보니 역시 영 마음에 차지 않는 글이다. 하지만 상 주셔서 감사하고, 부상인 음악책은 잘 받아 읽도록 하겠다.


초원서점 - https://www.facebook.com/pampaspaspas/


김광석은 기타를 잘 친다 


기타를 잘 친다는 건 무엇일까. 


김광석을 싫어했던 적이 있다. 정확히는 그의 음악, 특히 다른 이가 다시 부른 그의 음악들을 싫어했다. 대부분 레전드… 혹은 노래를 곧잘 부르는 가수들이었으나 이상하게도 김광석의 음악을 다시 부를 때는 늘 별로였다. 아마 어레인지가 원곡에 비해 과도하게 화려한 탓은 아닐까 짐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레인지도 어레인지지만 그냥 그들이 노래를 잘 부르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노래를 잘 부르는 이들은 노래에 집중한다. 감정을 어떻게 실을 것인지, 호흡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어떻게 좋은 발음으로 부를 것인지… 게다가 김광석이란 훌륭한 가수의 곡을 커버하니 더 잘 부르려고 노력했을 법 싶다. 하지만 되물어보자. 김광석이 정말로 훌륭한 가수인가? 굳이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해 지적할 필요도 없이, 김광석은 기능적으로 탁월해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가수는 아니다. 음역대가 아주 넓은 편이 아니며 라이브에선 불안한 가창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부류가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광석의 곡은 아름답게 들린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나는 아마 밸런스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기타와의 앙상블이 좋다. 리드미컬한 기타를 칠 때, 자신의 손과 발, 기타와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밸런스가 좋다. 밸런스가 좋은 까닭에 자연스럽게도 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가수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부를 땐, 그 점을 간과한 게 아닐까.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거꾸로 이는 김광석에게도 적용된다. 김광석이 레코딩한 음원을 들으면, 아무래도 라이브만 하진 못하단 느낌이 든다. 레코딩에선 기타를 치면서 부르지 않는 탓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그의 라이브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유튜브를 뒤지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광석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가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을 연주하는 비디오를 보았다. 그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많이들은 노래기도 하다. 그런데 기타와 함께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김광석은 기타를 무지 잘 치는구나. 


사실 비디오에서 김광석이 엄청난 테크닉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그냥 그는 리듬을 쳤다. 반주를 쳤다고 해도 될 것이다. 기타가 도드라질 필요가 있는 곡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도드라지지 않는 것’을 아주 잘했다. 도드라지지 않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조이는 느낌은 아니게, 하지만 텐션이 떨어지지도 않게. 많은 연주자들은 자신의 플레이를 돋보이게 하고 싶어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대부분 곡을 망친다. 음악의 모든 부분 부분에서 연주가 도드라질 필요는 없다. 때로는 다른 악기에게 주인공을 넘겨야하기도 한다. 아주 단순한 리듬을 한 곡 내내 계속 연주해야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해내야한다. 우리는 단지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뿐이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기타를 잘 친다는 건 무엇일까. 속도, 정확도, 각종 테크닉에 대한 숙련 여부, 톤 메이킹, 텐션 노트의 활용 등등. 우리는 많은 기준에 대해 논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기타를 잘 친다는 것은 음악을 잘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음악을 빼놓고는 기타를 치는 것에 대해 논할 수가 없다. 이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빙 둘러왔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인기가 없다. 특히 기타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 학생들은 음악을 잘 하는 것보다는 일단 기타부터 잘 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생각해보자. 음악을 잘 하는 것이 기타를 잘 치는 것보다 어려운 탓일 테다. 게다가 기타를 잘 치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음악을 잘 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어쨌건 나는 요새도 학생들에게 김광석의 노래를 가르치곤 한다. 그리고 그가 무슨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몸과 마음을 다해 느껴보라 말하곤 한다. 그래야 잘 연주할 수 있다 말한다. 처음엔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 한다. 하지만 이내 어려움을 느낀다. 감정이나 밸런스 같은 것들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 구현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학생들은 종종 그만둔다. 그러나 그만 두더라도, 내가 알고 느끼며 행하고자 하는 바를 가르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편선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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