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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Jul 27. 2018

부유하듯 흔들리는 목소리

최수인의 '바다로 가자'



그의 목소리에선 기쁨과 서글픔, 따듯함과 쓸쓸함, 아름다움과 아련함이 두서 없이 묻어난다. 푸른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는 백사장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가도, 이내 옅은 회색으로 물들며 한없이 밀려나 흐릿해진다. 앳됨과 수줍음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지만, 오래된 한국의 포크 음악들이 드문드문 떠오르기도 한다.


(…)

목소리와 나일론 기타에 이따금씩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얹힐 뿐인 단출한 구성이지만 악기와 악기 사이의 공백에는 기쁨부터 슬픔까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감정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다. 소매를 잡아 이끌며 바다로 가자 보채는 것 같기도, 때로는 멀리서 부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2017년 5월 한 달 동안 그가 제주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1년의 시차를 건너 떠밀려온다. 그의 음악은 마치 풍경을 보는 듯 선명하며, 자연의 일부이다.


* 회사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썼던 글 중 일부다. 내가 쓰고선 내가 좋아했던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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