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편선 Dec 13. 2016

도주, 실패, 폭사

풀 PPUL의 앨범 [RUNAWAY, FAIL, BOMBDEATH]

* 프로듀서이자 MC, DJ로 활동하고 있는 풀 PPUL에게 곧 발매될 [도주, 실패, 폭사 RUNAWAY, FAIL, BOMBDEATH]에 대한 해설을 의뢰받고 쓴 글이다. 앨범 [도주, 실패, 폭사 RUNAWAY, FAIL, BOMBDEATH]는 2016년 12월 11일 신도시Seendosi를 통해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되었다.


* 비디오는 [도주, 실패, 폭사 RUNAWAY, FAIL, BOMBDEATH]에 수록된 싱글 "LEE WAS DEAD"의 뮤직비디오로서, 디렉팅과 촬영으로 신도시의 이병재와 이윤호, 스태프로 신도시의 왕한슬이 참가했다. 브런치에는 뮤직비디오를 바로 embed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링크로 대체한다.


* 글의 제목은 따로 붙일 수도 있으나, 글의 첫 문장에 썼듯 "도주, 실패, 폭사"라는 앨범의 제목에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압축 되어있다 생각해 그대로 썼다.



풀 PPUL - LEE WAS DEAD (2016) https://youtu.be/CZZC9P7h1ig


"도주, 실패, 폭사"라는 표제로 모든 것이 압축된다. 그것은 지금의 한국─또는 한국을 살아가는 젊은이의 삶─을 은유한다. 이곳에는 풍요가 부재하며, 하지만 역설로서 존재한다. 물질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갈되었으며, 그 때문에 전망 역시 부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폐허가 난 뒤에는 쓰레기 줍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그 나름의 풍요, 그러니까 이곳은 기본적으로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세계인 것이다.


(포스트-아포칼립스는 아포칼립스의 선행을 통해서만 성립 가능하다.. 그렇다면 화자가 아포칼립스로 지칭하는 시점은 어디일까? 이것은 화자가 청자에게 제안하는 일종의 내기다.)


화성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신서사이저가 시종일관 불길한 무드를 조성한다. 그것이 매끈하면서도 동물적인 힘을 간직한 비트와 만난다. 그리고 사이사이로 형체를 알 수 없는 노이즈가 흐른다. 그것은 역겹지만, 한편으로 신비롭거나 성스럽고, 주술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원시나 고대의 신이 아닌, Otomo Katsuhiro 감독의 "AKIRA" 같은 무엇을 보고 듣는다.) 그것들의 총합은, 공교롭게도 즐겁다. 일종의 카니발.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역겹고 즐겁다.


단편선 (음악가)

작가의 이전글 그들에게는 아무런 명예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