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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Oct 16. 2019

월수입이 천만원에서 이백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워라밸이 뭐길래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모자란 형편에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돈돈돈 어릴 때부터 돈이 제일이라는 건 알았나 봅니다. 여행 다니면서 돈 많이 버는 승무원을 꿈꾸다 내가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영업직으로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물론 이유는 단 하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정말 돈이라는 원동력으로 살았습니다.


"고객 100명이 있다면 몇 개의 계약을 딸 수 있겠습니까?" 면접 질문에 "1000개의 계약을 따겠습니다. 고객은 또 다른 고객을 불러옵니다. 그게 진정한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면접관을 흡족하게 한 그 답으로 영업직을 시작했습니다.


승승장구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큰 계약을 따내고 회사에서 프로모션으로 건 해외여행도 따냈습니다. 부서에서 계약 건수와 액수로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3개월도 되지 않아 월수입 천만원을 찍었습니다. 입사하며 세운 그 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모든 게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원동력 충만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 줄 알았죠. 








새벽 6시에 출근을 했습니다. 뚜벅이가 하루에 3~4명의 고객을 방문합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탑니다. 용산에서부터 의정부는 물론 화성과 과천 심지어는 안동까지 갑니다. 매일매일이 투쟁이었습니다. 


그렇게 밤 10시에 회사에 돌아옵니다. 혼자 일 때도 있고 으쌰으쌰하던 팀원 한둘이 남아있을 때도 있습니다. 혼자면 고시텔에 가서 쓸쓸하게 라면을 끓여먹고 팀원이 있으면 늘 가는 치킨집에 갑니다. 치킨집에서 술과 함께 배부르게 먹으면 밤 11시. 고시텔에 들어가 씻고 눕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눈을 뜹니다.


이런 생활을 몇 개월 반복하니 차츰 늘어가는 몸무게와 얼굴의 트러블은 둘째치고 정신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통장은 차곡차곡 제 몸집을 불려 가는데 말이죠. 통장 잔고만 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원룸이 없어 급하게 들어간 창문 하나 없는 고시텔은 좁았습니다. 바뀐 팀장님은 절 싫어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본인이 영입한 기존의 팀원들보다 실적이 좋아서였습니다. 고시텔에선 라면을 회사에선 눈칫밥을 먹으며 새벽 6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하는 삶은 이어졌습니다. 


결국 저는 퇴사했습니다. 누구는 활활 타올랐다 사그라든 불꽃이라 할 테고 누구는 의지박약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결론은 전 행복해졌습니다. 퇴사를 하며 서울에서 시골로, 고시텔에서 부모님 댁의 작은 내 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정말 무진장 행복했습니다. 하늘을 보면 눈물이 날정도로 이게 행복이구나. 이 소중한 걸 잊고 살았구나 했습니다. 






이제 저는 한 달에 이백만원을 법니다. 참 감사한 금액입니다. 대한민국 평균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엄청난 욕심쟁이가 이백만원에 감사해졌습니다.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 집도 사고 차도 살 겁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실컷 먹고 좋아하는 책도 열심히 읽고 좋아하는 영화도 마음껏 볼 겁니다. 사치는 하지 못해도 행복할 순 있습니다.


워라밸 따위 개나 줘 버리라던 제가 그 누구보다 워라밸을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신 느긋하게 일어나 산책을 다녀오고 출근하면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수다도 떨며 휴식을 취합니다. 근무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정시 퇴근 후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글을 씁니다. 밤 10시가 되면 꼭 잠자리에 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며 잠이 듭니다. 


오늘의 마시멜로우는 오늘 먹으려고 합니다. 오늘의 행복은 오늘 즐기려고 합니다. 


제 최종 목표는 월급 노예에서 벗어나는 거지만 경주마처럼 달리진 않을 생각입니다. 주변 풍경도 보고 힘들 땐 쉬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오늘의 마시멜로우를 오늘 먹길 바랍니다. 오늘의 행복은 오늘 즐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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