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
‘카톡’
“자유속옷 세트가 왜 28,900원에 팔리고 있죠?”
단순히 가격을 물어보는 이사님의 카톡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나는 이날 하루 만에 200만원을 날렸다.
카카오톡으로 업무 공유를 하는 우리 회사는 자연스럽게 PC 카톡을 쓰고 있다. 말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무 공유의 대부분은 카톡으로 이뤄진다.
이날은 6시가 다 되어 가는 퇴근 무렵이었다.
자유속옷 세트 가격이 왜 28,900원에 팔리고 있냐는 이사님 카톡에 나는 왜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순간 소름이 끼쳤을까.
어쩌면 짜 맞춰본 적도 없는 기억한 적도 없는 기억의 퍼즐이 감으로 맞춰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공식 홈페이지는 확실히 아니다. 공식 스토어팜 URL를 빠르게 쳤다. 1 SET에 39,800원인 자유속옷 판매 페이지로 들어갔다. 제목에는 [최대 34% 할인]이라는 문구가 확인됐다. 원가는 39,800원이지만 할인가로 28,900원. 여기까지는 틀리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옵션 1에 있는 자유브라를 선택하고 가격을 확인했다. 28,900원이 찍힌다. 그리고 옵션 2에 있는 자유팬티를 선택하기 위해 클릭했다.
선택 안 함, 블랙 S, 블랙 M, 블랙 L, 블랙 XL…. 베이지와 화이트까지 사이즈 별로 쫙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 적혀있어야 할 +9900원이 보이지 않았다.
살짝이라도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마우스 커서를 베이지 S에 대고 클릭했다.
28,900원.
총 구매 금액 28,900원이었다.
39,800원으로 표시되어야 할 총금액이 28,900원. 개당 9900원의 손해를 보고 판매가 된 것이다.
다시 미친 듯이 클릭 거리며 바로 수정을 끝냈다.
다시.
다시.
다시.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얼마나 판매가 됐을까.
안 그래도 지금 최대 34%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거진 50% 할인된 금액으로 나가게 되는 거니까… 하… 큰일이었다.
하루뿐인데 아니 하루도 아닌데 다들 자유속옷 SET만 사지는 않았겠지.라는 약간의 희망을 걸며 판매 개수를 확인했다.
참… 많이 팔렸구나.
다들 안 입은 것 같은 편안한 자유속옷의 매력에 빠졌구나. 왠지 구매한 사람들이 재구매를 한 것 같은 기분은 왤까.
안 그래도 이미 단색 자유속옷 엄청 편한 거 엄청 좋은 거 다 아는데, 저번에 구매했던 것보다 훨씬 싸니까 바로 구매 클릭클릭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브라와 팬티 사이즈도 다르게 살 수 있고, 색상도 화이트까지 새롭게 출시됐으니까 아마 더 구매했을 수도 있겠다. 원가를 아니까 얼마나 싸다고 생각했을까. 이번에 구매에 성공한 고객 분들 기분은 좋으셨겠다….
그래… 그럼 됐지 뭐…. 좋게 생각하자.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까.
그냥 나도 한달 봉사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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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나감)
그렇게 나는 하루 만에 하지 않아도 될 엄청나게 별거 아닌 실수로 200만원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