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들리십니까? 고객의 소리를 찾아서
"가장 편한 것은 하이웨스트네요. 생리할 때 생리통이 심한테 배도 감싸주고 느낌도 생리대 찼을 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합니다."
"사이즈 여유 있으면 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새지 않네요. 아이가 체육시간에 맘껏 활동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합니다. 양이 많은 날에 드로즈 2개면 낮 시간도 충분하네요. 라이트는 가볍고 봉제라인이 없어서 평소 분비물 있는 날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컴포트에어는 라이트, 베이직, 하이웨스트, 드로즈 이렇게 총 4가지로 구성되어있다. 논샘팬티 출시 때만 해도 일반적인 여성 팬티 형태 한 가지였다. 그러다 여러 고객의 요청사항을 반영하면서 형태도, 컬러도, 사이즈도 다양해졌다. (조만간 라O너도 나올 예정이다.)
단색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제품 후기부터 찾아본다. 전날 어떤 후기가 올라왔는지 확인하면서 좋은 후기는 서로 공유하고, 부정적인 후기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후기에 몰입하지는 않았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칭찬도 받고 질타도 받으면서 흔들릴 때마다 결국 기준은 '고객'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뼈에 새긴 결과다.
스타트업, 특히 생리팬티와 같이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늘 기로에 서 있는 기분을 느낀다. 우리끼리 "이야 너무 잘 만들었다." 만족하면서 출시했는데 기대만큼 매출이 따라와 주지 않을 때가 특히 그렇다. 단색도 마찬가지다. 논샘팬티 런칭 첫 해, 바로 매출 100억을 찍고 얼마 안 가 유니콘 기업이 될 줄 알았다. 지구의 반은 여자고, 생리팬티의 필요성은 창업자와 직원들 모두가 공감했으니까.
초기 논샘팬티 디자인은 기본 여성 삼각팬티 형태를 본 따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밑부분을 넓혀 엉덩이를 최대한 덮었다. 복부를 넓게 감싸는 하이웨스트 버전도 만들었다. 누워서 잠을 잘 때, 뒤척이다가 생리혈이 이불에 새는 경우가 많아 불안감에 숙면을 못하는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배꼽 아래까지 길이를 늘리고 흡수패드도 최대한 늘려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해도 새지 않게 했다. (마케터 꿀팁으로는 생리통 심할 때 핫팩 붙이기 좋다)
의도대로 만족해하는 고객들의 후기를 확인하고 나서 상황별로 다른 버전의 디자인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밖에서도 입고 벗을 수 있는 분리형과 Y존 압박을 최소화하는 드로즈를 만들었다. 드로즈는 당시 '여성 사각팬티'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면서 생리팬티도 사각 디자인이 제일 편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만들었다. 분리형의 경우 생리대는 밖에서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데, 생리팬티는 외출 시 화장실에서 바지를 다 벗어야 하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라는 의견을 반영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분리형이 기대만큼 핫하지 않았다. 와중에 매출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뭐지? 왜 사람들이 생리팬티를 더 많이 찾지를 않지? 우리가 뭘 놓친 걸까. 생리팬티 이거, 진짜 사람들한테 필요한 거 맞을까...? 사실은 소수만 원하는 제품인 거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그 소수이면 어떡하지...?????????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감이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렇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가만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체험단을 꾸려보자."
"서포터즈를 모아보자."
"뉴스레터도 보내보자."
당시에는 홈페이지 내 고객 후기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면 그게 무엇이든 시도했다. 듣고 또 듣고서야 깨달았다. 고객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어야 했구나. 우리끼리 만족해서는 안 되는 거구나.
"자유브라 심리스라서 너무 좋아요. 압박 없으니까 밥 많이 먹어도 속 편하고. 컴포트에어도 심리스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 제가 그냥 팬티라이너 붙이면 되긴 합니다 ㅎㅎ 혹시나 하고 여쭤봐요"
올해 초, 새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졌다. 5중 흡수 패드 구조다 보니 컴포트에어는 튼튼하게 원단을 봉제한다. 이 튼튼함이 누군가에게는 갑갑함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때껏 경쟁사나 단색 모두 심리스 형태의 생리팬티를 구현한 적이 없었는데.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생리팬티 흡수패드는 흡수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접착 방식의 심리스로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봉제선이 없는 심리스 형태로 만들려면 패드를 한 장만으로 흡수와 건조 기능을 구현해야 했다.
그래도 일단 해보고 안 된다고 하자.
우리는 흡수패드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될지도 몰라.
4개월 간의 테스트 끝에 경쟁사들보다 획기적으로 얇으면서 세탁을 해도 뜯어지지 않는 심리스 생리팬티를 만들 수 있었다. 일반 팬티 두께와 착용감으로 여름철에도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컴포트에어 라이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드디어 확신할 수 있었다. 아, 이게 답이구나. 최대한 많이 듣고, 허투루 넘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 그래 이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구나.
그래서 오늘도 후기를 살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어제 배송받으신 컴포트에어는 어떠셨나요?
혹시라도 불편하신 점이 있으실까요?
그렇다면 그게 무엇이든 타협하지 마세요.
다 이야기해주세요.
고민은 단색이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