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TRB(Team Role Balalce)
단순히 업무를 집에서 혼자 한다던지, 오롯이 내 담당인 일만 한다던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혼자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누군가와 의사소통할 일이 생긴다. 사실 이렇게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그 밖에서 팀을 이뤄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리더가 되고, 누군가는 자료담당, 누군가는 마일스톤 관리 담당... 각자가 다양한 롤을 맡게 된다.
그런데 내가 지금 맡은 일,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역할일까? 일단 주어진 일을 하고는 있는데 이게 나한테 참 맞는 건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또 어떤 팀원이랑은 척척 손발이 맞는데, 어떤 사람은 왜 저렇게 사소한 의견 하나마저 나랑 안 맞는 건지. 누가 꼭 잘못했다는 건 아닌데 일하는 게 참 안 맞다 싶다.
그럼 난 어떻게 일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팀을 이룰 수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라떼님의 잘잘잘잘 챌린지에 참여했다.
'잘하는 거 더 잘해서 잘 먹고 잘 살자'의 줄임말이다. 하이아웃풋클럽에서 라떼님이 진행하시는 챌린지로, 이 챌린지는 TRB(Team Role Balance)를 기반으로 내가 어떤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법까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TRB는 한국어로 하면 팀역할균형인데, 여기서 팀역할은 공식적으로 직무로 부여된 역할과는 다르다. 비공식적이고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팀 내 구성원의 역할을 의미한다.
Belbin Korea는 "팀역할 균형(team role balance)은 팀 성과 증진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국외의 업계, 컨설팅계, 및 학계에서 근자에 무척 많이 활용되고 있고, 그 사용정도가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특히 "'팀역할 균형'은 팀워크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팀워크, 나아가 팀성과가 존재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한다.
팀 역할은 다음과 같이 9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역할이 특히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이 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니까.
내가 가진 주요 역할을 팀역할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이 역할들은 크게 선호역할, 잠재역할, 비선호역할로 나눌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선호역할은 내가 가장 잘 발휘하고 있고, 발휘할 수 있는 역할, 잠재역할은 노력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역할, 비선호역할은 라떼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리 노력해도 발휘할 수 없는 역할"이다. 나는 '이번 생에선 포기할게요' 역할이라고 불렀다.
아래는 챌린지에서 확인한 나의 팀역할검사 결과이다.
선호역할
완결자, 분위기조성자, 전문가
잠재역할
창조자, 냉철판단자, 지휘조절자, 실행가
비선호역할
추진자, 자원탐색가
참고로 말하자면, 각 역할마다 선호 / 잠재 / 비선호 역할로 분류하기 위한 점수 기준이 다 다르다고 한다.
일단 나의 경우 팀 역할로 따지자면 두뇌지향, 사람지향, 행동지향에서 골고루 하나씩은 나왔다.
잘잘잘잘 챌린지에서는 매일 회고를 통해 나의 역할 사용에 대해 돌아보도록 하는데, 선호역할은 회고를 하면 할수록 정말 숨 쉬듯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분위기가 나쁘면 일에 지장을 준다고 믿는 편이며 (분위기 조성자), 돌다리를 두드리다 못해 성분분석하는 수준으로 온갖 위험을 예측하며 시작은 어려울지언정, 한 번 시작한 일은 끝맺음을 확실하게 보기도 하고 (완결자), 관심 가는 것은 깊이 알기 위해 공부하고 또 그것을 나누기를 즐기는(전문가) 요즘이기 때문이다.
갤럽 강점검사에서도 상위권에 절친, 공감이 있고 지적사고, 심사숙고가 있는 사람... 두 결과지를 겹쳐보면 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비선호역할은 추진자, 자원탐색가이다. 쉽게 이야기해 보자면 추진자는 팀에 활기를 북돋아주고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역할이라면 자원탐색가는 외부 소스 탐색, 네트워킹에 능숙한 사람이다. 둘 다 에너지가 넘치는... 외부 정보와 트렌드를 끊임없이 좇아야 하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했던가. 나의 비선호 역할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점이 '이건 가랑이가 찢어지는 걸로 끝날 수준이 아니다.'였다. 모든 팀 역할에 능숙한 사람일 수는 없다. 하나가 타고난 역량이라면, 그 반대되는 역량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우리는 지금 팀역할에 대해 탐구하는 중이다. 모든 역할이 포함되도록 구성된 팀을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내가 혼자 그 모든 역할을 해내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결국 나의 선호 역할이 무엇이고, 노력해 볼 만한 잠재역할이 무엇인지를 인지한 뒤 비선호역할을 보완할 수단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 것이다. 나는 나의 비선호역할을 '저 역살이 선호역할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세상에 에너지가 넘쳐서 나의 등을 밀어주고,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정보에 빠삭한 사람을 나와 세상 사이 창구로 두기로. 내가 반드시 그 역할을 뼈를 깎으며 개발하지 않아도 세상 어딘가에 숨 쉬듯 잘하는 사람은 있으니까. 결국, 함께 팀으로 일하면 되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나의 역할을 잘 알고 나에게 부족한 역량을 잘 아는 것이다. 팀역할에 있어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부족한 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잘잘잘잘 챌린지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요즘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은 잠재역할을 키우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 주차 별로 회고에 대한 주제가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의 회고는 선호역할과 잠재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꽤 에너지소모적인 하루를 보낸 날이면 잠재역할에 대해 쓸 내용이 있었고, 그 외에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선호역할을 쓸 일이 바로 튀어나왔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았을 때 선호역할은 정말 숨 쉬듯이 쓰고 있기에 의식할 새도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반면 잠재역할은, 내가 어느 정도 자질은 가지고 있지만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역할들이다. 특히 '실행가'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내가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 대표적인 성향으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참 다양한 환경에 나를 밀어 넣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잠재역할을 발휘할 필요가 있던 날은 다분히 의식적으로 상당한 노력을 발휘해야 했고, 자연스레 꽤 큰 일을 했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잘잘잘잘 챌린지도 나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나를 파악하고, 인정하고,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다루어 팀워크에 시너지를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당장 나는 어딘가에 속해 팀원으로 일하고 있지 않아 나의 일하는 방식을 쉽게 그려낼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한 이 모든 일에서도 나의 일하는 방식,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험이 반영되고 있었고 매일매일 회고 속 내가 발휘 중인 역할들을 살펴보며 내가 어떻게 일해야 더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특히 팀 역할을 알아보는 만큼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가 있었다. 서로 다른 선호역할을 가진 챌린지원분들과 서로의 결과를 나누고, 회고를 보고, 나 그리고 서로에 대해 세밀하게 탐색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한창 진로를 고민하며 여러 JD(Job Description)를 살펴보는 나에게, 또 하나의 기준이 생긴 한 달이었다. 역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