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DE FLORE
단 한번의 삶으로는 부족한 운명의 연결고리
살면서 단 한번 만에 뇌리에 강렬하게 인식되어 장면 하나 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면 나에겐 카페 드 플로르가 그러한 영화이다. 2011년 이대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카페 드 플로르를 보고 난 후, 계속 어떤 날 문득 일상 속의 습도, 온도, 햇볕, 바람 속에서 이 영화의 장면, 장면과 메인 테마곡으로 쓰였던 cafe de flore의 멜로디가 계속 떠오르곤 한다.
훗날 이 영화의 감독, 장 마크 빌레는 매튜 매커너히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리즈 위더 스푼의 와일드도 연출하기도 하여 나에겐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장 마크 빌레는 참 배우 복도 많다. 더군다나, 리즈 위더 스푼은 와일드의 판권 소유자에다, 제작자이기도 하니 이 언니의 숨겨진 내공 또한 무시 못할 듯하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된다. (스포일러 포함)
하나의 스토리는, 1960년대 파리에서 다운 증후군 아들을 키우는 엄마 재클린(바네사 파라디)의 이야기
또 하나의 스토리는 몬트리올에서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앙투안(케빈 파랑)의 현재의 이야기.
두 가지의 스토리는 사실 전혀 연관성 없는 각자의 이야기처럼 다르게 전개가 되어, 관객 입장에서는 이 교차 편집된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은 편이다. 전혀 다른 이 두 가지의 이야기 속에서도 한 가지의 연결고리가 있는데 바로, 영화의 동명곡인 Cafe de Flore로 이 곡은 파리 생제르망 데프레에 있는 카페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1960년대의 재클린이 듣는 버전은 아코디언 버전이며, 현재의 앙투안이 자주 듣는 버전은 닥터 로켓의 일렉트로닉 버전이다.
1960년대의 재클린의 이야기는 다운 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진 아이의 가난한 엄마가 그 시절 파리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척박하고, 험난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재클린에게 있어 아들 로랑은 그 자체가 자신의 인생이며, 자신의 죄이며, 자신의 미래로 재클린 자신의 존재 가치 모두를 로랑에게 투영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같은 장애를 가진 부잣집 딸, 베로를 만나게 되고, 로랑과 베로는 모든 다른 사람을 배제한 채, 자신들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아들만이 전부였던 재클린은 로랑이 재클린 자신이 아닌, 어린 아이지만 베로만 찾게 되는 모습을 보고, 선택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게 된다.
현재의 앙투안은 성공한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며, 아내 카롤과는 어릴 적 만나 운명적인 인연으로 믿고 두 딸의 아버지로 살아가던 중, 로즈라는 여자를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해, 카롤과의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아내 카롤은 이러한 앙투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상처를 받게 되어도, 이상하게 앙투안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꿈속에서 환영이 계속 보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 영매를 찾아가게 되며, 그 곳에서 자신이 왜 앙투안을 포기할 수 없는지, 그 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지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 내내 시규어 로스의 Svefn-g-englar (꿈의 천사)가 들려지는데, 오히려 메인 테마곡인 Cafe de Flore보다 이 영화에 더 어울리는 테마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Svefn-g-englar의 가사 중에 반복적으로 It's you가 나오는데, 이 반복되는 가사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가장 극명하게 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카페 드 플로르는 동양적 사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내는 장 마크 빌레의 뛰어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아카데미의 영광을 가져다준 그의 다음 작품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나 와일드 같은 영화보다 오히려, 이 영화 카페 드 플로르에서 장 마크 빌레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도 훌륭하지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8할은 당연히 매튜 매커너히의 차지일 수밖에 없다) de Flore DE FLORE
다행히도 그렇게 인기가 높은 영화가 아니다 보니, IPTV나 혹은 영화 어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영화 리스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돈은 필요 없고 약간의 노력과 시간만 있으면 된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여운은 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