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상의 기록 Mar 06. 2024

꽤 괜찮은 카페란 무엇일까?

나의 까다로운 카페 편식기 

가끔 일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가는 동네 카페 


1. 가끔씩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하거나 혹은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 카페를 방문해서 몇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는 공간이 주는 경험이 생산적인 일을 할 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카페를 고르는 것도 쓸데없이 신중해지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지나치는 많은 카페들 중에서 이런 촉이 느껴질 때 꼭 방문해 봐야지 하고 기록해 놓곤 반드시 가보곤 한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을 제외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은 주인이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설계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간 경험에는 커피의 맛과 향은 당연하고, 조명의 조도와 자연광, 음악 선곡의 청각적 경험, 테이블과 의자의 안락함, 눈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소품과 인테리어등이다. 이런 것을 신경 쓰지 않으면 이른바 "그저 그런 카페"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 방문해 준 고객들이 어떠한 경험을 가지고 갈 것인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효율성과 수익이라는 현실의 벽 때문에 카페의 본질적인 공간적 경험의 의미를 놓치는 경우들이 많다. 제일 아쉬운 것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객에게 메뉴선택과 결제를 대형 POS에 맡기는 경우다.  카페에 들어서도 POS에 고객을 맡기고, 고객은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2. 이러한 기준으로 바라볼 때, 아직 안 가봤지만 뮤지션 이상순이 제주도 동림리에서 운영하는 카페 <롱플레이> 정말 흥미롭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오픈런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고객들이 방문해서 머무는 동안, 어떻게 커피의 맛과 향을 잘 경험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이 물씬 묻어있다. 
원산지의 스토리까지 알려주는 공정무역 스페셜 커피, 향을 가장 잘 담아낸다는 드립방식 커피, 그리고 머무는 한 시간 동안의 이상순이 직접 선곡한다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와 공간의 경험을 떠난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굿즈.. 정말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상순이라는 유명인이 운영하는 카페라서 가능한 유니크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언젠간 나중에 꼭 가보리라 

매일매일 이상순이 선곡한다는 롱플레이의 플레이리스트 


3.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꽤 괜찮은 카페'를 자본주의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망하기 딱 좋은 카페인 것 같다.

일정 수준 이상의 원두 컨트롤과 수급, 저렴하게는 절대 꾸밀 수 없는 인테리어와 소품들, 테이블 회전율과 최소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한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메뉴 확보를 생각해 보면.. 아휴.. 나는 카페 하면 망하기 딱 좋겠다. 절대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이러다 뼈다귀해장국집 첫째 아들로서 어쩔 수 없이 가업을 물려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상의 기록 037

작가의 이전글 광기의 크리에이터, 메이와 덴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