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뉴욕 언플러그드 앨범을 듣다
우리 팀만 쓰는 사무실에서 음악 선곡은 팀장인 내가 주로 하는 편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너바나의 뉴욕 언플러그드 공연이 뜬금없이 생각나서 전곡을 틀었다. 너바나의 모든 앨범을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MTV Unplugged in New York>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이십 대부터 지금까지 내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끓어오르는 피, 날뛰는 야생마 같은 다른 앨범과 달리 이 실황 공연은 뭐랄까.. 너바나, 말 그대로의 해탈이 다다른 너바나의 다른 모습... 아니 어쩌면 언플러그드 자체가 진짜 너바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어서 다른 앨범들보다 더 애정한 앨범이었다.
특히 공연 마지막 곡 미국민요를 다시 부른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이 이 공연에서 가장 백미라고 생각하는데.. 읊조리듯 부르다 마지막 절규로 마무리하는 곡의 흐름이 추후 자살까지 이르게 되는 커트 코베인의 진짜 절규를 듣는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커트 코베인이 끊을 수 없었던 헤로인처럼 늘 반복적으로, 또 끝까지 듣게 되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비흡연자이지만, 커트 코베인은 담배 피우는 모습도 얼마나 멋있는지.. 내가 하마터면 커트 코베인 때문에 담배를 배울 뻔했다니까..
불꽃처럼 살다가 27살에 스스로 사라져 버린 커트 코베인, 내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 너바나를 가끔씩 들을 때면 부족함과 불안의 시기였던 나의 이십 대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 너바나가 없었다면 밤늦게까지 뭘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나의 이십 대는 오래전에 지나가버렸지만 여전히 음악 속에서 이십 대의 시절을 살고 계시는 커트 코베인 형님. 참으로 제가 신세 많이 졌습니다.
단상의 기록 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