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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17. 2024

박찬일 작가와 만나다

<밥 먹다가, 울컥>  출판기념회

출판기념회를 진행 중인 박찬일 세프

어제 합정 잔다리로 인근 여행카페에서 진행된 박찬일 작가님의 출판기념회를 다녀왔다. 황금 같은 토요일에 굳이 자기를 보러 왔냐고 공간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 타박하는 작가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밥 먹다가, 울컥>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 사람냄새 가득한 에피소드들로 채운 한 시간 반 남짓의 시간은 황금 같은 토요일, 황금 같은 시간으로 남게 되었다.


내가 박찬일 세프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박찬일 세프의 글에는 오랫동안 식당집 큰 아들로 살아온 나의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 우리 엄마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함바집이라고 불리던 공사판 밥집부터, 식당 한켠 단칸방에서 살았던 이천의 분식집에서의 기억, 튀김기가 불나서 가게를 접어야 했던 서울 명일동에서의 치킨 호프집까지.. 오랜 기간 식당이 자리잡지 못해 우리 가족은 주소지도 없었던 공사판, 경기도 이천, 서울 명일동, 경기도 여주까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박찬일 세프의 글을 엄마에게 보여준다면 엄마는 그 오랜 회한의 세월을 박찬일 세프의 글 속에서 다시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출판기념회에서 박찬일 세프는 특히 지방 노포들이 2세들이 물려받지 않아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의 유명한 노포들은 안정된 매출로 인해 2세들이 서로 물려받으려고 경쟁까지 한다는데.. 아쉽게도 지방의 노포들은 자식들이 자신의 직장을 포기하고 물려받을 만큼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점점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는 이야기 또한 해장국집을 물려받을 생각 없는 나와 차근차근 은퇴 준비를 하시는 부모님의 이야기였다.


독자와의 Q&A 시간이 되자 꼭 봐야 할 노포를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에 박찬일 세프님은 목포에 있는 <홍집>을 추천했다. 꼭 홍집이 아니더라도 지방의 오래된 시장에서 상인들이 끼니와 술을 함께 즐기는 시장 구석구석의 작은 식당들이 있는데, 시장에서 제철 재료를 사들고 가서 요리를 부탁해서 먹는 노포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추천해 주셨다. 한 시간 반 남짓 세프님의 이야기보따리에 푹 빠졌다가, 예정된 시간이 다 다가오자, 이번에 출간된 책에 사인까지 받고서야 카페를 나올 수 있었다.


합정에 있는 카페를 나와, 버스를 타고 신촌, 이대, 아현을 지나 광화문까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치는 십수 년 같은 자리를 지키는 오래된 식당과 언제 생긴지도 몰랐던 트렌디하고 멋져 보이는 식당들. 사람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몇 년이 훌쩍 지나도 그 식당에 다시 방문해 그때 당시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는 것만으로 그때의 기억 속으로 생생히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와 와이프에겐 홍대 <다락 투>, 신림동의 <순대타운>, 명동의 <충무김밥>, 지금은 도곡동으로 자리를 옮긴 종로의 <오존>등이 그러했다. 혹시나 사라지게 되면 다시 방문해 음식을 먹으며 기억을 떠올릴 수도 없으니 그것만큼 또 아쉬운 일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더욱 박찬일 셰프의 글과 책이 더욱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밥 먹다가, 울컥>은 시사인에 연재되던 글을 엮은 책으로 다행히 아래의 시사인 사이트에서 지난 글들을 볼 수 있다.


단상의 기록 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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