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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18. 2024

측은지심의 가오나시

피규어의 효능

측은지심의 피규어 <가오나시>

1. 내 책상 선반 위에는 가오나시 피규어가 항상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휘몰아치는 파도 위에 떠밀려가는 날짜 블록들이 있고, 파도 가운데 가오나시가 항상 저렇게 측은지심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야 지금 세월이 이렇게 파도처럼 휘몰아치고 있는데 그렇게 살아도 되겠어?'라고 하는 것 같은 묘하게 킹 받는 표정을 항상 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다가 가끔씩 가오나시를 보면 묘하게 자극받는 느낌을 주곤 해서 항상 책상 한가운데 위치해 놓았다. 수많은 유혹들이 가득한 집에서 자칫하면 게으름의 소용돌이로 빠질까 봐 집에는 저렇게 걱정하는 눈빛의 가오나시를 뒀고.. 정신없이 혹은 가끔씩 화날 일이 많이 일어나는 회사 책상 위에는  온화한 얼굴의 노란색 반가사유상 피규어를 놔뒀다. 

회사 책상 위 평정심의 효능을 제공하는 반가사유상 피규어

가오나시와 반가사유상..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몇만 원짜리 피규어지만 가끔씩 '아! 이러면 안 되지'라며 환기의 효능을 내게 제공한다. 나 스스로 게으름에 빠질 때, 가오나시의 측은지심 표정을.. 

감정이 제어되기 어려울 때는 반가사유상의 평정심의 표정을 응시하고 있으면 묘하게도 나태와 흥분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다들 하나둘씩 가지고 있는 디씨나 마블 피규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효능(?)이랄까? (물론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피규어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하지만 나도 모르게 집에서는 가오나시의 표정을 일부러 외면하거나, 회사에서는 책상 위 반가사유상의 존재감도 까먹고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가 많은 걸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40대 아재에, 꼰대 팀장인가 보다... 


2. 디즈니 플러스에서 본조비 다큐 <땡큐, 굿 나잇>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우리 때 본조비는 뭐랄까 록마니아들에게는 록음악의 입문과도 같은 밴드였다. 본조비로 처음 록이라는 것을 듣게 되다가 파이어하우스, 미스터빅, 퀸, 스키드로우, 그린데이, 메탈리카, 판테라.. 슬립넛, 레드재플린.. U2로 이어지게 되는... 그래서 

본조비를 듣고 있다고 하면 '아직 록 입문 중인 초보라 잘 모르는군..' 하는 약간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우리 때는 우습게도 진짜 많았다. 그래서 본조비는 수많은 록마니아들이 좋아하지만 일종의 길티플래저 같이 평가받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뒤돌아보던데, 정말 유치하고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아이돌 같았던 밴드 본조비의 다큐가 4월 26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고 하니 너무 설렌다. 

땡큐, 굿나잇  본조비 스토리 -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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