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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19. 2024

괴로운 나의 만찬

쉽지 않은 40대 아저씨의 식단관리

맛없는 것들로 차려진 나의 점심

논현동에 위치한 광고대행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점심값도 만만치 않았다. 그 당시 실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가끔씩 밥을 사야 하는 일이 많았고, 팀원들에게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쏘는 일도 많았다. 따로 계산은 안 해봤지만 한 달에 밥값만 50만 원 정도 썼던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 베이스의 회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밥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게 당연한 회사로 이직 후 가장 큰 혜택이었다.

하지만, 마흔 중반을 넘어가게 되자 몸관리를 제대로 해야 했고 운동은 기본이고 먹는 것 또한 컨트롤해야 했다. 회사에서 공짜밥이 나오지만!!! 아쉽게도 매일매일 점심을 따로 싸가야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팀원들이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하며 구내식당으로 서둘러 가면, 나는 전혀 기대되지 않는 매일매일 똑같은 점심을 시작한다.  생양배추, 삶은 계란, 고구마, 스트링치즈, 견과류, 바나나, 귀리쉐이크..내가 올드보이의 오대수도 아니고, 매일매일 똑같은 메뉴를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은 이른 저녁을 먹고, 운동을 다녀오면 따뜻한 한잔하고 다음날 점심까지 이어지는 공복으로 인한 강력한 허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식단 관리를 하며 맛없는 것들을 똑같이 먹고 있지만 나의 노력이 비하면 살은 노력만큼 빠지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표면적인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지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진 편이어서 식단관리와 운동의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20대~30대 때 제대로 몸 관리를 안 하고 40대에 받은 뒤늦은 청구서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고 부지런히 나의 몸에 대한 부채를 조금씩 갚아나가야 한다. 이렇게라도 신경 안 쓰다 보면 사채이자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뿐인 금요일 치팅데이때의 맥주나 막걸리 한병은 괜찮겠지? 



단상의 기록 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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