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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Apr 01. 2024

불곡산와 나의 과제

자신의 삶에 진심을 다한다는 것


토요일은 8km 첫 러닝, 일요일은 양주 불곡산 등산까지 이틀 연속 운동을 했더니 어제저녁, 반주로 마신 막걸리 한 병에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뻗어버렸다. 매일매일 올리려고 다짐했던 브런치도 그런 연유로 펑크를 내고야 말았다. 


아무튼, 어제 올렸어야 하는 브런치를 하루 늦게 올리는 게으름의 브런치 시작! 




매주 가는 등산이지만, 일요일에 올랐던 양주 불곡산은 이제야 공기 중에 차가운 기운은 모두 가신 것 같은 봄 피크닉 같은 산행이었다. 사실 일반적인 산행은 아니고 광고 대행사 시절 함께 고생했던 아웃도어컨텐츠연구소 이원창 대장과 함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한 달 전에 계획한 일이었다. 대부분 혼자 아침 일찍 올라와 점심 전에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 나의 등산 패턴이었지만 어제의 경우는 오랜만에 여럿이서 함께 올랐던 등산으로 4번 정도 함께 산행을 같이 갔던 멤버들과 새롭게 초대받은 멤버들에 리딩을 맡은 이원창 대장까지 9명의 산행 멤버가 꾸려져 아침 8시 반부터 불곡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겨야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다들 체력이 좋아도 쉬엄쉬엄 천천히 올라가야 했다. 여러 사람들과 천천히 호흡을 맞춰서 올라가는 산행은 오히려 천천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올라게 가게 된다. 특히 불곡산은 불곡랜드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암릉들이 많아 재미있는 구간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특히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씨에 며칠 전까지 심했던 미세먼지도 깨끗하게 사라져서 시야마저 즐거운 산행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깨끗한 공기와 적당한 온도, 불곡산의 절경만이 아닌 함께 했던 멤버들이다. 호카의 브랜딩 행사에서 처음 만나게 되어 인왕산, 도봉산, 관악산까지 함께 했던 멤버들과 미륵산 일출산행 멤버와 그분의 절친, 그리고 40대 아재들인 우리 팀 팀원들과 오랜 인연 아웃도어 큐레이터 이원창대장까지.. 어떻게 이런 사람들만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가득한 흥과 리액션에 어느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 다음번 산행이 늘 기대가 되는 멤버들로 꾸려진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느껴졌다. 


서로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은 만난다는 것은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늘 생각했었는데.. 그전까지 삶의 교차점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과 이렇게 만날 때마다 즐거운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지는 것들은 나의 자잘한 복이라고 느껴진다. 앞으로는 나만 느끼는 복이 아닌 상대방도 똑같이 느껴지도록 작은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더 많은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


자기 삶에 늘 진심인 사람들, 편안함에 머물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는 사람들 

불곡산을 함께 올랐던 멤버들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일까? 이것 또한 나의 큰 과제로 남았다. 

 


단상의 기록 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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