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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Apr 04. 2024

꽃다지는 늘 그대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다행인 사람들

희망의 노래 꽃다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꽃다지의 음악을 대학교 입학 때 "바위처럼"으로 처음 알게 되지만. 나의 경우는 고등학교 때 당시 여주를 기반으로 하는 연합 풍물동아리에서 처음 꽃다지 음악을 알게 되었다가 대학교를 들어가서 노래패 활동을 하게 되며 꽃다지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98년 IMF가 터지고 휴학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 꽃다지 길거리 공연을 함께 도와주게 되면서 꽃다지 사람들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알바를 하던 디자인 사무실 <예진>에서 꽃다지의 <진주> 앨범 디자인을 맡아서 했었는데 업무 때문에 신길동 공업사 지하에 있던 꽃다지 사무실을 정말 자주 다녔었다. 지금도 여전히 꽃다지의 든든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혜윤누나도 그땐 대학을 갓 졸업하고 꽃다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신입멤버였고

지금은 꽃다지에서 나와 제주도에서 솔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성일이 형도 그때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멤버였던걸로 기억한다.  이후 성일이 형은 내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기도 하였고 나도 성일이 형의 두 번의 솔로앨범의 기획과 클라우드 펀딩을 도와주기도 했었다.


꽃다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연누나와도 어릴 때부터 참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회사를 옮기고 서울을 벗어나 살게 되면서 꽃다지와 물리적 거리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다지 사무실에 놀러 가기 힘들게 되었고..(서울에 살 때는 신혼집과 꽃다지 사무실이 가까워 자전거를 타고 가끔씩 놀러 가기도 했었다.) 지금은 멀리서 조용히 매달 후원금만 보내고 여전히 꽃다지가 활동한다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응원만 하고 있게 되었다.


꽃다지는 현재 음악감독과 보컬, 작곡, 작사를 맡고 있는 윤경이 형의 합류로 많은 음악적 전환점을 이루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특히 <노래의 꿈> 앨범에서는 민중가요가 늘 가지고 있던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저항과 투쟁성을 일상과 성찰의 언어로 메시지의 전달력을 한 단계 높인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왜?>는 이러한 민중가요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아주 훌륭하게 뽑아낸 곡이라고 생각한다.

꽃다지 - 내가 왜
 내가 왜?     정윤경 작사, 작곡 꽃다지 노래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시리고
도와주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  
내가 왜 세상에 농락당한 채 쌩쌩 달리는 차 소릴 들으며 잠을 자는지  
내가 왜 세상에 내버려진 채 영문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됐는지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


하지만 가장 내가 좋아하는 꽃다지의 곡은 <시대>인데 이곡은 윤경이 형의 솔로앨범에 있다가 꽃다지가 리메이크하여, 라이브 때마다 부르는 곡으로 대중가요와 민중가요를 통틀어서 가장 철학적이고 멋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윤경이 형은 어떻게 이런 멋진 음악과 가사를 쓸 수 있는 건지.. 늘 존경스러운 뮤지션이다.

꽃다지 - 시대
 시대 정윤경 작사/작곡, 꽃다지 노래

군화발의 시대는 끝났다 한다 폭력의 시대도 끝났다 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투쟁의 깃발은 이젠 내리라 한다

허나 어쩌랴 이토록 생기발랄하고 화려한 이 땅에서
아직 못다 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꾸 불거지는 것을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화의 전사가 되란다
살아남으려면 너희들 스스로 무장을 갖추라 한다.

그 모든 전쟁에서 너희들이 만든 그 모든 전쟁에서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죽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예를 얻었고
다쳐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얻었지
폐품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 고마운 자유도 얻었지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하고 자주 부르는 <당부>도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대학 동아리 선배의 추모곡으로 불리기도 했던 참 우리가 좋아했던 노래. 혜윤누나의 보컬 또한 어찌나 담담하고  슬픈지..  모두가 <당부>로 참 많이 위로받았었다.

당부 - 꽃다지
당부 정윤경 작사/작곡, 꽃다지 노래

우리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그때엔 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했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함께 했지

허나 젊음만으로 어쩔 수 없는
분노하는 것만으론 어쩔 수 없는
생각했던 것보단 더 단단하고
복잡한 세상 앞에서 우린 무너졌지

이리로 저리로 불안한 미래를 향해 떠나갔고
손에 잡힐 것 같던 그 모든 꿈들도 음~떠나갔지

허나 친구여 서러워 말아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으니
후회도 말아라 친구여 다시 돌아간대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젊음은 흘러가도 우리 점점 늙어간다 해도
우리 가슴속 깊이 서려있는 노랜 잊지 말게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사라지고 있는 시대, 꽃다지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꽃다지 사람들 (정연누나, 윤경이 형, 혜윤누나, 그리고 얼마 전에 합류하신 이동선 님까지) 이 글을 올리니 갑자기 너무 생각이 난다. 조만간 오랜만에 연락을 해봐야겠다. ( 너무 오랜만이라 분명 정연누나한테 욕먹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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