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키우는 고양이들
시골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엄마가 키우는 고양이들이 있다. 사료도 챙겨주고, 가게 바로 앞에 아빠가 만들어준 고양이들 집도 있으나 이 고양이들은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밥만 챙겨 먹고 하루종일 밖으로 나돌아 다니다 밥 달라고 할 때만 오는 편. 가게가 시골 외진 곳에 있는 편이라 엄마 식당 말고는 딱히 밥을 얻어먹을 곳이 없어 몇 년째 부모님은 뜻하지 않는 집사노릇을 하고 있다. 사진 속 까망이라는 아이와 사진에는 없는 냐옹이라는 고양이 2마리가 있는데 둘은 모녀로.. 두 녀석 다 같이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었다. 새끼들은 어디 구석에 숨겨놓아서 아직 가게 앞 고양이집으로 데리고 오려면 더 클 때까지 몇 주는 기다려야 한다.
자유로운 촌고양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건 언제나 시골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뿐이다. 잘 보이던 녀석들이 안 보이게 되면 어디선가 로드킬을 당했을 거라 추측만 할 뿐.. 어디선가 짹짹거리는 고양이 새끼들의 소리를 들으면 저 녀석들 중에서 몇 마리나 몇 년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잡아서 중성화수술을 시킬 수도 없고..
배고프다고 앵앵거리며 밥 달라고 식당 앞에 죽치고 있는 녀석들을 부모님은 매정하게 내치지 않는다. 오히려 새끼들까지 거둬들이고 식당 앞 한편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잘 크고 있는지 신경 쓰며 보살피신다.
약간은 느슨한 비정기적 집사라고 해야 하나? (물론 공공의 장소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책임지지 않는 캣맘과는 다르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공간에서 키운다.. 다만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오갈 뿐..)
예전부터 이상하게 부모님에게는 늘 동물들이 끊기지 않게 들어왔다. 길 잃은 강아지부터... 어미 잃은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들.. 어디선가 날아들어온 앵무새까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우리에게 도움 달라고 찾아온 녀석들을 내칠 수 있냐며 한 마리 한 마리 우리 집에 신세를 지다 눌러앉아버린다. 동물들도 자신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을 알아보는 걸까? 언제나 남들에게 퍼주기만 하는 부모님 (특히 우리 아부지...)에게 호구의 기운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단상의 기록 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