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존 선진국가 독일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삶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비닐봉지 양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독일에 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6년 전 어느 날 일이다.
당시의 내 하루는 독일 문화를 익히고 언어를 공부하고 육아하는데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독일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상이 내게는 힐링으로 다가올 정도로 독일 이민 첫발에 압박감을 갖고 있던 시기이다.
이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던 어느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으면 독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 시선이 여러 번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아, 동양인이라서 신기해서 자꾸 나를 쳐다보는구나.. 내 딸을 관심 있게 쳐다보는구나..'라며 혼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평소와 같이 구입할 야채를 넣기 위해서 마트 안에 구비된 비닐봉지를 여러 장 뜯고 있었다.
나를 멀리서 지켜보던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조용히 다가와 인사를 한 후 물었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
다른 아시아계 나라의 이름이 나올세라 곧바로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을 했다.
그 할머니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과 일본의 오랜 역사에 대해서도 알지만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진 않았다고.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임을 알고 있다고.
이렇게 한국에 대해서 칭찬을 이야기한 후, 다시 내게 질문을 했다. 야채를 사는데 왜 모든 야채를 비닐에 한 개씩 넣는지에 대해서...
당시의 나는 애호박 한 개를 비닐봉지에 넣고, 양파 2개를 비닐봉지에 넣고, 쪽파 2단을 비닐봉지에 넣은 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다. 야채 한 개, 두 개가 들어간 비닐봉지만 4개를 손등에 걸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시장에서 야채 구입할 때도 각각의 큰 검은색 비닐봉지에 넣어서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 개씩의 비닐봉지에 야채 한 개씩 넣고 구입하는 건 내게 너무 일상이다.
그때는 할머니가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독일 온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내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어쩔 수 없이 나는 독일어를 말하지 못함을 솔직하게 대답하고 그 상황을 피했다.
며칠 후 한국인 지인에게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더니,
독일인의 환경보존에 대한 관심과 노력에 대해서 자세하게 듣게 되었다.
아뿔싸.
그때 깨달았다. 왜 마트에서 물건만 고르고 있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를 그렇게 쳐다보았는지.
어려 보이는 동양 여자애가 아기를 데리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구나. 또는 내 딸이 귀엽고 이뻐서 그랬던게 아니구나.
그들은 비닐 한 개에 야채 한 개를 포장하는 나의 행동을 유심히 쳐다보았던 것이다.
순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창피함. 그들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이상하고 환경보호에 무지한 사람으로 생각을 했을까?
그게 끝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에 자랑스럽게 코리아를 큰소리로 외치다니.
그날 밤은 '제대로 한국을 욕 보였구나' 란 죄책감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시작하게 되었다. 독일인들의 환경보존에 대한 관심과 환경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환경보호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지난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되더라.
내게는 사랑하는 딸이 있음에도, 내 딸이 살아갈 미래의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은 엄마라니.
얼마나 안일했던가..
이 사건 이전의 나는 딸을 키우면서 물티슈보다 손수건을 사용하였고, 일회용 행주보다는 빨아서 삶아 사용하는 소창 행주를 사용했다. 텀블러도 가방에 꼭 챙겨 다녔다.
이런 몇 개의 자발적 행동으로 인해 나는 착각과 자만에 빠져서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 나 나름대로 남들과 다르게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러나 나의 안일함과 무지함을 탓하기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과연 처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환경문제보다는 편의를 위해서 세제도 펑펑 쓰고 비닐봉지도 자주 사용하는 평범한 주부가 깨달음을 얻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6년째 친환경 살림을 하고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터라고.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내가 묻는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비닐봉지 양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집안에서뿐만이 아니라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요?
그 비닐봉지를 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또 그들에게 말한다.
무의식적으로 편리에 의해서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봉지의 양은 연간 211억 개라고.
식료품을 구입할 때 쉽게 찾는 비닐봉지..
그 비닐봉지는 잘 썩지도 않고, 태우면 대기오염을 유발한다고.
폐비닐은 매립이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그 상태로 매립 될 경우 최소 20년에서 많게는 100년 동안 썩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환경보존의 선진 국가 독일에 살면서 그들에게 환경보존과 문제에 대해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물건에 흙이 잔뜩 묻었거나 물기가 흥건하다고 하더라도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사용할 때도 있지만, 단 한 번의 사용으로 절대 끝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번 재사용한다.
그리고 비닐봉지 대신 대체할 바구니나 가방을 항상 2개씩 소지하고 다닌다.
내게 큰 깨달음을 주셨던 그 할머니는 그 뒤로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큰소리로 말했다.
"나 더 이상 비닐봉지 낭비하면서 사용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