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뭐든 쓰는 브런치
마지막 글이 2022년이다, 야무지게도 결혼 10주년을 기념으로 소소하게 책을 출간해 볼까 하고 꿈을 꾸었네, 나? ㅎㅎ 12년 결혼기념일을 앞둔 13년 차로써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정말 쓸데없는 꿈을 꾸었다 싶다. 10주년, 11주년, 12주년 기념일. 모두 아무 일 없이 흘러갔으니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날이 결혼기념일인지도 모른 채 넘어갔더랬다.
그렇다고 내가 기념일을 안 따지는 사람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매해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소원을 빌고 초를 불었던 사람이 나거든. 근데 나이가 들다 보니 어느새 그런 것들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게 나의 남편 때문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것들을 내 남편이라는 이유로 기꺼이 해오던 사람이니.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국엔 나이 외에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만 3년은 안 됐지만 또 이렇게 세 번째 글을 쓰게 된 건, 글을 써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주는 압박이긴 하지만 글 쓰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글을 안 쓰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어떤 글이든 매일 쓰는 습관을, 강제로라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업으로 삼는데 매일 쓰지 않는다.' 어찌 보면 난 참, 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것 같다. 글쓰는 재주가 뛰어나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뭘 믿고 매일 쓰지 않는 건지 새삼 놀라우니까. 글쓰기는 나에게 갈고닦아야 할 마음의 수양이나 몸에 배어야 할 훈련의 결과물이 아니라 프로젝트로써 그저 주어진 일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글을 진짜로 써야만 하는 시기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눈뜨자마자부터 감기 전까지 하루 종일 토할 정도로 글을 써댔던 게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식의 집필 습관은 내 글쓰기 실력을 과신해서가 아니라 내 집중력의 효율, 최대치를 위함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벼락치기에, 뭔가를 앉아서 하기 시작했을 땐, 화장실이 급해 죽을 때 비로소 초인적인 집중력이 나왔던 경험에서부터 우러난, 내 생존 전략 같은 것이랄까. 그런데 이제는 지금까지 해오던 그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스스로 만족스러운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 결과 외면받는 글을 쓰게 되는 거 같아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읽고 있는 글쓰기 책에서 저자는 '매일' '분량을 정해서' 써보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손으로 써볼까 했는데 ('글씨'부심이 있다), 평소 글을 쓸 때 워드에 쓰면서 손으로 쓰는 건 연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일, 분량을 정해 쓴다는 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나는 나 스스로를 안다) 돈을 받고 파는 글, 마감에 임박해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정도의 자신감은 없으니 그냥 반쯤 오픈된 브런치에 꾸준히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데 왜 활용을 못해?
어떤 글을 쓸 건지를 생각하다 보면 시작도 못하겠다 싶어, 지금은 그냥 매일의 상념을 휘갈겨 써보려고 한다. 어떨 땐 기록이 되겠고. 어떨 땐 일기. 또 어떨 땐 계획서가 되기도 하면서 어떨 땐 대나무숲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오늘부터 새로 쓰는 첫 글의 주제를 '혼밥'으로 정하고 써보려 했는데 (좀 전에 요즘 대학생들은 90%가 혼밥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글을 봤다), 이미 오늘 분량의 글을 다 쓴 거 같다. 만약 글을 더 쓰면 하던 일이 진행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여기까지만 쓰는 게 맞지 싶은 거지. (예고) 내일은 혼밥을 주제로 글을 써봐야지. 꼭 내일이 오길 바란다. 3년 후에는 혼밥에 대해 뭘 쓰고 싶어 했던 건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