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혼밥의 시대

나는 이제야 알게 된 인생의 비밀?

by 소소

어제 '밀리의 서재' 홈을 뒤적이다가 짧은 글귀를 봤다. 대학생 열의 아홉은 '혼자 밥 먹는 시대'라는 말. 지금은 걸핏하면 혼밥을 하는 나지만, 이십여 년 전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이건 실로 놀라운 기사였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나만인가 혹시?) 정말 요즘 애들은 (이 말 싫다 ㅎㅎ) 혼자 밥 먹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때는 2000대 초반,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여자들만의 '무리 만들기 문화' 속에서 항상 아웃사이더였던 나는 대학에 와서도 그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야 공학이지만 여자 반이 학년 별로 딱 4개 반이기도 했고, 그마저도 같은 교실에서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절친도 있었고, 어울리는 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는 새터에서부터 안면 튼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매번 같은 수업을 듣는 건 아니라서 얼굴은 알아도 선뜻 어울려다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내겐 출신 고등학교 동문회도 있었고, 입학 전 같은 처지의 친구들끼리 모여 만든 다음 카페 (그때는 다음이 대세였다!) 친구들도 있었지만 공강일 때 점심시간이 끼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시절의 나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친구가 없나 봐'라는 시선으로 안타깝게 봤다. 그 사람이 누구든 그냥 그렇게 안돼보였다. 지금도 또렷하게 누구인지도 기억하는데, 긴 학식 줄에서 같은 과 동기가 혼자 줄 서있는 것을 보고는 그 아이가 안 됐다(?), 어떤 측면으로는 용기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럴 바에야 우유 하나를 사 먹거나 굶거나 하는 선택을 했을 테니, 그러면서 속으로는 내가 저렇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서든 혼자 먹고,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점심도 혼자 식당에서 오겹살을 구워 먹었다.) 아니 오히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어서 사실 더 좋다. 그리고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니 쓸데없는 시간 낭비도 없다. 혼자 오는 손님이 자리 차지하는 걸 싫어하는 가게 주인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제야 알게 된 사실, 그 식당 안에 있는 누구도 나를 '저 사람은 친구가 없나 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쯤 되니 예전의 내가 했던 생각이 참, 어리고 또 오지랖이었구나. 실체 없는 우월감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고 무리에서 벗어난다는 공포가 나를 지배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지만 조금은 부끄럽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에 대해 조금의 변명을 해보자면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때, (아마도 사춘기가 아니었나 싶다.) 은따 비슷한 걸 당했었다고 기억한다. 공부는 잘했으니 대놓고 무시당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당연히 있어도 되는 무리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초라해 보이지 않으려고, 나를 무리 안에 넣어주지 않았던 아이들을 내가 반대로 따를 시킨다고 말하며,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나보다 성적이 낮으면서 공부하는 척(?)을 하는 아이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한 내 생존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을,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모임, 무리들을 놓지 못한 채 20대까지를 보냈다.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또 조직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가 되다 보니 이제는 모든 인간관계에 구속받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생일마다 연락 주는 친구는 극소수지만 내 옆에 평생 친구가 있으니 마음이 불안하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우리 부부는 따로 또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게 결혼을 하고 40대가 되어도 '온전한 나'로서 살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지난 시절의 나를 이렇게 돌아볼 여유도 생긴 거겠지. 사람은 어차피 혼자라는 걸,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혼자 밥 먹는 청춘들을 응원한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된 비밀을 그들은 이미 알아버려서 일수도 있고, 다른 개인적인 이유 때문일수도 있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혼밥의 시대. 어차피 인생은 혼자, 내가 나로서 살아야만 주변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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