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대성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에게 건네는 말은 좋은 조언일까, 은근한 무례함일까.
나는 상대에게 조언을 건네는 일에 꽤 조심하고 있다. 같은 말로, 나도 성급한 조언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몰랐던 방법적인 측면을 제시해준다면 기꺼이 환영하지만) 조언을 주고 받는 일은 라이트해야만 한다. 누구도 서로의 삶의 무게를 알 리 없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사정이 얽히게 되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30대 싱글 여성이다.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이 결혼하지 않은 유형도 있고, 결혼을 하고 아이 한두 명을 갖고 있는 유형도 있다. 아이 엄마로서의 삶이 쉽지 않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경험해 보진 않았으니 얼마나 처절하게 힘든 것인지는 알 리 없지만, 자기 여유 시간을 확보하는 것마저 힘든 게 엄마의 삶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지인과의 대화. 전화를 끊고 나서 답답함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참.. 돈 벌기가 어려워. 어떻게 돈을 벌지?"
"그렇지. 너는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부동산이나 그런 쪽 공부를 더 해보면 좋을 것 같애. 나는 아이가 깨면 도통 짬을 내기가 어려워."
그렇지, 엄마의 삶은 여유가 없지. 그러니 싱글로서 지금 시간을 알차게 쓰면 좋겠다는 너무나 이상적인 조언 참 고마운데, 그게 전혀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글은 여유 시간이 많다는 전제와 아이를 키우는 나는 지금 짬이 안 나 뭘 할 수도 없다는 전제. 싱글도 그만의 무게를 갖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왜 이해하지 않지? 오히려 가족을 이룬 사람들이 돈을 더 빨리 모은다는 사실이 있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렇지 못한 거야? 누군가의 인생에 적당히 이상적인 조언을 날리는 일이 그 사람에게 은근한 죄책감을 선사한다는 것도 모르는 걸까?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이루며 사는 당신도 바쁘지만, 싱글도 바빠요.
당신이 경험한 싱글과 가족을 이룬 지금, 자신이 미래에 더 와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이상적인 조언을 건네는 건, 꽤 무례하고 와닿지도 않아요.
그러니 싱글에게 넌 시간이 많으니 이래야 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은 본인에게 사용하시길 바랄게요. 당신도 시간을 얼마든지 내어서 목표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목표를 이루는 것은 시간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자기계발서에 나와있잖아요.